창공의 빛을 따라 암실문고
나탈리 레제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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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시작에 대해 말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끝과 시작 사이에서 벌써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시작을 말한 것은 숨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건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건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 아직 그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그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보다 아주 조금만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을 뿐이다._p15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한 사람의 부재를 표현해낼까?’, 이 질문의 답 같았던 #창공의빛을따라 ... #프랑스문학 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 #나탈리레제 의 책이다.

 

평생의 동반자,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온전히 들어있는 책이였다.

 

뭉뚱그려진 슬픔이 하나하나 실처럼 뽑아내어져서 세심하게 수놓아진 듯한 느낌의 문장들이였다. 그 섬세함에 읽고 있는 나조차도 저자인 에게 이입되어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지치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절망 중에서도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담담함 또한 담겨있었기 때문이였다.

 

나의 바로 옆에 항상 있었던 한 세상이 끝나버린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상상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외투 주머니 속의 쪽지, 마지막으로 함께 했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들.... 이 모든 것들과 남겨진 는 괴롭지만 한편 의연하게 글쓰기를 계속한다....

 

그래서 남겨진 자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책 속 모든 문장이 아름답다...

 

 

_그런데 자기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우리는 언제나 삶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진부한 말들을 만지작거린다._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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