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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_멀리에서 해안 절벽을 바라보니 그 새들 배에 생긴 흰 반점이 유독 눈에 잘 띄었다. 반점 위쪽에서 부리가 빛나고 있었다._p9
'우리가 함께 갈 이 바닷새의 학명은 Pinguinus impennis, 즉 날갯죽지를 이루는 빳빳하고 긴 칼깃이 없어서 날지 못하는 핑구이누스라는 뜻이다. 이 새를 프랑스인들은 <그랑 팽구앵grand pingouin>이라 부른다. 언뜻 보면 <큰 펭귄>으로 옮길 법한 이 말을 우리는 <큰바다쇠오리>라 옮긴다. 이 바닷새의 학명과 일반명에는 긴 사연이 얽혀 있다.‘
평화로운 새들의 이동으로 시작하는 글을 나는 두 번째 페이지에서 멈춰버렸다. 언젠가 보았던 일본어부들의 잔인무도한 돌고래살육 영상이 떠오르는, 인간들의 학살 장면은 한 글자도 새겨서 읽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훑고 간 처참함 뒤에 분노에 찬 바닷새 한 마리가 남았다.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귀스)가 발견하고 물고기 한 마리를 놓아주었지만 먹기를 거부한다. 어떤 박물학자에게 고용되어 있었던 귀스는 이렇게 큰바다쇠오리 한 마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멸종을 앞둔 #큰바다쇠오리 , 한 종의 마지막 개체와 지내며 ‘프로스프’라는 이름을 그 새에게 지어주었다. 이윽고 타인과도 어울리게 되고 끈이 없어도 오귀에게 되돌아올 정도로 서로 신뢰가 커진다. 유의미한 이들의 관계는, 서로 먹고 먹히는 자연생태와 그 법칙 사이에 변칙적으로 끼여있는듯한 인간들, 한 가지 종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며 큰바다쇠오리의 생존여부를 추적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오귀스트에 감정이입하며 두근두근 하며 읽었던 책이였다.
#프랑스소설가 #시빌그랭베르 의 장편소설이지만, ‘귀스와 프로스프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1844년에 사라진 그 종에 관한 풍부한 참고 자료’를 활용했다고 작가후기를 통해 보충설명해주고 있었다.
작가후기를 통해 실재로 이 새들은 사라져버렸다 하니, 허망한 쓸쓸함에 책의 도입부의 잔인한 장면이 또 떠올랐다. 이렇게 인간에 의해 없어진 많은 동식물들과 멸종위기의 개체들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죽어가는 프로스프를 보며 귀스는 어떤 심정이였을까?
#그바다의마지막새 , 내 안에서만이라도 영원히 살게 하고 싶다.
_“왜 큰바다쇠오리가 마녀라고 생각하세요?”
“배에다 큰바다쇠오리들을 붙잡아 두면 그 새들이 폭풍우를 불러옵니다. 뭍에다 붙잡아 놓으면, 그 새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 때문에 이제 그 새들이 없는 겁니다. 사람들이 뭍에서 그 새들을 포획했어요. 그래서 이젠 마녀가 다 사라진 거죠.”
그 마녀 애기는 귀스도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문득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데 프로스프가 미친 듯이 울어대니 그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_p104
_귀스는 자기 앞에 있는 장벽의 성격을 파악한 기분이 들었다. 큰바다쇠오리는 어떤 부당 행위의 희생자이지만, 그 부당 행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었다. 본질적으로 부당 행위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므로, 남의 이해를 얻기도 어려울 터였다._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