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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리뷰대회>
_나는 그 병원에서 몇 년을 살았다. 병원에서 만난 다른 여자들을 생각할 때면, 나는 광기나 정신이상을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정신 질환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 그보다 나는 어머니들을 생각한다. ... 나는 내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갈망으로 이 여자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_p40
_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규칙이 있고 존재 방식이 있다. 여기서도 우리는 어느 정도 바깥세상에 있을 때의 우리 자신이다._p129
길지 않은 인생에 ‘정신병원’ 이라는 챕터가 끼여든다면 어떻게 될까? 스무 살 때 대학기숙사 생활을 하던 #수잰스캔런 은 마음의 벽을 쌓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알약들을 삼켰고... 그렇게 정신병동에 보내졌다.
3년 동안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회고록 으로 적어간 책이 #의미들 #Committed 이다. 처음 도서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원제를 찾아본 것이다. 책 속 저자의 물리적인 상황자체인 강제입원상태부터 범죄를 저지른, 혹은 이 시간에 나름 충실했었던.. 등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읽다보면 이 모든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자가 아홉 살 때, 여자가 되는 방법이라면서 양말 개는 법을 힘겹게 가르쳐 주는 엄마를 보며 무겁고 착잡했었던 내 마음은, 엄마의 부재를 사회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을 유쾌하지 않게 알아가며 성장하는 글을 어느새 쫓아가고 있었다.
‘미친 여자’로 낙인 찍혔지만 그녀를 살게 만들어 준 것은 독서와 글쓰기 였다. 그래서 책 속에는 많은 문학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사회적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살다간 ‘미친 여자들’이 작가이거나 등장하는 것들이였다.
개인적으로는 ‘누런 벽지’를 다룬 내용들이 기억에 특히 남는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듯이 ‘각성’에서 에드나가 죽는 모습도 보지 못한다는.. 파괴의 장면을 거부한다는 비판, 여자가 미치는 것은 남편이 그를 억압했기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의견에 대하여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 삶이 구조되기를 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타인에 자신에 대한 정의를 맡겨버렸을 때의 속수무책의 무력감과 이 때 뒤따르는 편안함을 언급하며 이어지는 문단들은 읽고 또 읽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과연 정신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하며 내 자신도 보였기 때문이였다.
‘내 병에 관한 이론을 세우려는 시도 1~3’을 거쳐서, 우울증에 대한 조감도를 개인적이면서도 통찰력 있게 넣어주면서 책의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던 점도 인상 깊었다. 개인사나 의견, 감정부터 약물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치료법에 관한 것, 질환의 유전성 등을 임팩트 있게 알아볼 수 있었던 챕터였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 ‘당신 아주 정상으로 보여요’ 로 연결되는 듯 해 보였다.
광기를 도피처로 삼는 것, 정신을 잃어버리고 미쳐버리는 것을 도움을 필요로 하고 도움을 받는 것, 보살핌을 받는 것을 완벽한 도피처로 삼고... 이것 또한 덫이 된다는 날카로운 말을 저자는 줄곧 하고 있었다. 사회적인 통념, 프레임 씌우기와 자신이 경험한 정신병원의 모순과 그 속에 살았던 여자들을 따듯하게 하지만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글쓰기로 구원받은 것처럼, 지금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있는 책이였다. 저자와 함께 병원에 살았던 인물들과 등장하는 많은 문학작품들 또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깊이 생각하고 풍성하게 배웠다.
_혼돈과 해체에 대항하는 나날의 어떤 몸부림들을 담아두는 방식. 허마이어니 리는 정말 훌륭한 버지니아 울프 전기에서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공포가 광기와 글쓰기를 연결한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말이 그 시절 나의 자아 감각을, 내 의사소통 능력의 한계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이 내 글쓰기가 절박함과 광기에서 연료를 공급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_p65
_독서가 나를 구원했다. 어리석게 들릴 수 있는 말이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일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고, 나에게는 진실이다._p431
_... 읽고 쓰는 삶은 필연적으로 고립의 삶이다. 그것이 작가들이 하는 일이다._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