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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평점 :
#BiancaBosker #Getthepicture
_'난 이것을 좋아한다‘는 단언은 ’이것은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비하면 너무도 막다른 길과 같다. 줄리의 대답에는 취향에 대한 은밀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사실 취향은 그때그때 쉽게 만들어지고, 또 언제나 변화한다. 취향에 관한 한, 자신이 단 하나의 정답을 이미 찾아냈다고 믿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단히 질문을 던지는 쪽이 더 성실한 태도다._p315
#미술관에스파이가있다 ,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끌었던 이 책, 액션스릴러인가? 싶었었다.
하지만 그런 소설보다 더 스릴감 넘쳤던 저널리스트 #비앙카보스커 의 미술계 잠입 경험담이다. 참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 에 대한 의문점만 쌓여가던 중에, #뉴욕현대예술계 에 직접 뛰어 들어가 보기로 결심하게 된다-물론 이 미친 아이디어에 모두 반대를 했지만-..
그렇게 저자와 함께 퐁당 뛰어든 세상은, 나에게는 치열한 직장으로 느껴졌다. 브루클린의 작은 갤러리 말단부터 시작해서 마이애미 아트 페어에서 그림을 팔기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7점이나 파는 성과를 내서 승진까지 제안 받는다.
전시회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어떤 작품들을 걸지 고민을 하고, 신진 예술가 작업실에 조수를 했다가, 뜻밖에 구겐하임 미술관의 신입 경비원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여러 해를 거쳐서 이어진 것이였다.
저자의 여정도 놀라웠지만,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들은 무엇보다도 그 시간 속에서 '예술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이 잠입의 목적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업실 조수로 들어가서 직접 그림을 오감으로 맞닥뜨리며 깨달음을 얻어가는 태도이다. 심지어 올파이어의 이해할 수 없는 퍼포먼스-얼굴에 앉는...-를 포함해서 느낀 바, 이어지는 의문들을 세세히 고백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저자에서 우리네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지만, 작업실에서의 경험으로 “예술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조금씩 다르게 보게 되었다”는 부분을 보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얻어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파란만장한 이 잠입 취재기의 끝은 무엇일까? 현대예술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팬데믹을 지나오며 ‘한순간에 예술을 끊었다’ 로 이어지는 마지막 챕터는 이 끊음을 통해 자신이 잃었었던 감각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하고 있었다. “모든 곳에 아름다움이 있고 이제 나는 그것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안다.”고 진심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현대 미술을 즐기는 법을 살짝 알게 되었고,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의 다양한 측면을 만날 수 있었다. 뉴욕을 간다면, 저자에게 어디를 먼저 가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시야를 확장해 가는 시간, 배우고 싶다, 계속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_갤러리스트 에디트 핼퍼트는 1965년경 한 편지에 이렇게 썼다. “미술계는 새로 등장한 두 컬렉터층과 함께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하나는 ‘투자자’고 하나는 ‘삶이 지루한 부자’다.”
난 안목을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미술계의 사회적 역학이 또다시 앞을 가로막은 것 같아 답답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맨 처음에 품었던 ‘예술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요한 답을 얻어가고 있었다. ..... 이들에게 예술 활동은 사회 활동이다._p174
_예술은 우리를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_p373
_나는 새로운 취향이 새로운 자아를 창조한다고 했던 줄리의 말을 마침내 이해했다. 8월의 어느 늦은 저녁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_p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