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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ㅣ 모노스토리 2
이종혁 지음 / 이스트엔드 / 2025년 8월
평점 :
_얼음과 눈이 뒤섞인 눈더미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낸 사람 사진 한 장이 문자 메시지로 도착했다. 사진 속 그는 잔뜩 웅크린 채 얼어붙어 있다._p9
#안나푸르나 에서 꽁꽁 얼어붙은 소식이 왔다. 오래전 소식이 끊긴 삼촌의 사진이였다. 어째서 이 사진 속 시체가 삼촌인지를 묻는 나에게 신분증을 보여줬다. 민철 삼촌이 맞다..... 그러고는 설산 속 사체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란다... 그리고 함께 발견된 수첩을 보내준다고도 한다...
‘나’는 삼촌이 집을 나간 후, 할머니에 의해 보육원에 보내졌고, 거기에서 성민이를 만났다. 약한 ‘나’를 보호해주던 성민은 있는 동안 입양과 파양을 되풀이 했고, 어느 날, 삼촌이 찾아와 ‘나’를 데려왔다. 형제처럼 지냈던 성민이는 시설에서 독립가능해진 때에 ‘나’와 삼촌이 사는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같이 살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되어 셋이 함께한 기억 끝에, 다시 민철 삼촌은 집을 떠나 얼음산으로 갔고, ...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사진으로.....
그의 수첩이 도착했고, 그 안에는 삼촌이 포기하지 못한 그 누군가가 있었고, 결국 죽음으로 함께하게 된 끝이 들어있었다. ... 삼촌은 거기에 머물고 싶어하겠구나... 그래서 ‘나’와 성민이는 그냥 두기로 한다. 얼음산에...
위험한 직업을 가진 성민이가 지방으로 내려가며, ‘나’에게 “만약에 내가 바다에서 실종되면, 너도 삼촌처럼 날 미친 듯이 찾아 줄 거지?” 라고 말한다. 미래의 ‘우리’가 살 서울을 상상하며 둘은 헤어졌다.
하지만 성민이가 본인이 말한 것처럼 실종되었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레몬 의 작가 #이종혁 이 #이스트엔드 출판사의 #모노스토리 두 번째 책으로 찾아온 <안나푸르나>...
‘우리’가 느껴져서 따듯하지만... 책을 덮는 나에게 남은 것은 이 책, ‘외롭다’... 나의 금년 여름밤 중 하루를 온통 가져간 이 소설은 너무 깊게 다가와서 한동안 멍해졌다. ‘안나푸르나’를 떠올리면 맨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수년 전에 봤었던 한국드라마 ‘나인’이다. 이 이야기 속의 형도 안나푸르나에서 부고로 소식을 전해오고 그가 남긴 유품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었었다. 이 드라마도 죽은 형의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내게 남았는데 그래서 이 책도 짙은 외로움이 함께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외로움이 끝이라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애도... 그리고 살아남는 힘은 ‘우리’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계절, 다른 나이에, 또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단편소설 의 매력, 모노스토리,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