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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평점 :
_일본에서 처음으로 버스에 오른 그 기억만큼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내가 느낀 기분은 놀라움도 감사함도 아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어?’하는 약간의 분노였다. 열여섯의 마음속에 뜨거운 파도 포말이 부서지고 있었다. 큰마음 먹고 외출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 짜증을 듣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는 거였어. 버스를 탈 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_p12
한 사람의 가능성을 한계 짓는데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와 배려, 복지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두가 알기가 힘들다. 장애를 가진 이가 가까이에 있거나 당사자면, 어렵지 않게 부딪히는 많은 경우들이 한국에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구르님 #김지우 저자의 #의심없는마음 .
최근 엄마와 대화할 일이 많아져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려서 처치가 잘못 되어 가지게 된 다리의 장애 때문에 이곳에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살아오셨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 그런 중에 만난 이 책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행동바운더리를 규정지어 살아오신 엄마가 자꾸 아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저자가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여행한 길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의심 없는 마음’을 품게된 과정이 뭉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당연하게 서핑을 할 거라고 여기는 호주 사람들과 분위기는 부러움이 앞서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 자신도 선입견에 사로잡힌 면은 없었을까? 그리고 이 경험으로 발견하게 된 ‘의심 없는 마음’은 신체의 장애를 넘어 마음의 장애에 매일 좌절하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내용 이였다.
마음을 다해 구르님을 응원하며 함께한 시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유익한 시간이였다. 너도 나도 새로운 가능성에 설레는 시간이였다. 정말 좋다, 이 책....
_나는 그곳에서 의심하지 않는 마음을 발견했다. 누구도 내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순간, 나는 파도 위에 엎드려 보기로 결심했다. 유일하게 나를 믿지 못했던 나조차 “한 번 시도해 볼께요”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나를 파도 위에서 활주하게 했다. .....
장애인의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 나의 몸과 욕구를 믿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마음.
파도가 세차게 밀려가듯이, 마음속에서 새 지평이 넓어지고 있었다._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