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운 지구인들에게 -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른 낯설고도 애틋한 삶의 풍경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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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탁월한취향 으로 처음 접하고 한 눈에 반한 #홍예진 작가, 이번에 읽은 책은 #나의외로운지구인들에게 .

 

매우 탁월한 취향이 개인적인 감성 위주로 다가왔다면, 이 책은 미국 코네티컷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저자가 그곳에 살면서 경험한 것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미국인들의 일상과 문화, 그 속에서 느끼는 거리감이나 차별 혹은 연대, 여기에 뒤따르는 외로움까지 복잡다난하게 섞여있는 삶과 인간 본성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었다.

 

_그렇게 미시간을 떠나 코네티컷으로 온 나는 뉴잉글랜드 지역인 특유의 콧대를 가진 사람들 틈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열다섯 해를 살았다. .... 여기서 사는 동안 나는 때때로 미시간을 떠올렸고, 그 회상의 끝에 그리움이 매달려 있다는 걸 자각하며 당황스러워하곤 했다. .....

 

더 진보적이고 더 유연하다고 자부하는 동부 사람들이 자기 안으로만 굽는 영리함을 발휘하며 은근히 벽을 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중부 사람들의 느긋함을 기억해 끄집어내고 쓸어보는 것이다._p66

 

 

특히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저자의 경험과 감정이 에피소드들 속에서 세밀하게 다뤄지고 있었는데, 동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통하는 이를 만나고 소통하는 생활은, 고독의 한 켠에는 어디에 있든 우리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말도 한편 해주는 듯하였다.

 

_여과지를 받치고 하는 대화가 더 이상 공허하지도 않거니와 사람과의 거리 조절에도 능해졌다고 자평하게 된 내가, 정확히 말하면 시대에 맞춤한 갑옷으로 무장했다고 생각하는 내가, 낙태법 논란에 킴벌리를 끌어와 회상하면서 경계선을 서성거리는 이유는 뭘까._p68

 

개인적으로는 매우 탁월한 취향이 더 마음이 가지만, 이 책 또한 저자의 깊이 있는 시선을 알아보기에 충분하였다. 읽다보면 어느새 솔직하고 담백한 저자에게 반하게 될 것이다. 분명 그녀의 잘 쓴 글을 사랑하게 될 거다. 오롯이 혼자일 때 더 손이 가는 책이다.

 

나의 홍예진 작가의 다음 책은 장편소설 #소나무극장 이다.

 

 

_그걸 의식한 순간, 나는 나 자신이 몇 겹으로 분리된 공간 깊숙이 혼자 들어와 있다고 느꼈다. ...

 

외국에서 소수자로 살게 되면 속한 집단에서 자신이 이질적이라는 걸 망각할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의 방향을 스스로에게로 되돌리고 새삼스럽게 자아를 의식하면 돌연 먹먹한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_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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