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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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조앤은 아빠 곁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그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색, 구름, 이따금 미끄러지듯 나는 새들. 어느 순간 그녀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는 조앤이 무슨 말을 하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적이고는 계속 밖을 바라보았다._p223

 

최근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슈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올려왔었다. ‘~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부터 실존에 대한 생각들까지 내 시간을 은근히 잠식하고 있었던 차에, 찾아온 #조앤비어드 의 #축제의날들 .....

 

이 책에는 에세이인 듯, 소설인 듯.. 구분이 안되는 단편들이 들어있다. 모두 죽음을 다루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화재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경우, 암 투병 끝에 존엄사를 택한 사람, 죽어가는 친구와의 여행 기억까지....

 

그 형태들은 달라보였지만, 우울할 것 같은 감정선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듯이 현실상황들을 툭툭 털어내 주고 있었다. 때로는 덤덤하게 냉소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참으며 순간을 버티는 인물들이 글 속에 너무 잘 보였다. 저자의 필력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병에 걸리기도 하고, 물리적인 위기, 절망, 믿는 이들의 배신으로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죽음..... 내 자신의 죽음보다 아끼는 이의 죽음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가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슬픔들을 다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비통하지만 또 그렇게 지나가며 견디는 오늘이 우리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암투병과 존엄사가 나오는 셰리와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여행이 깊이 와닿았던 축제의 날들이 기억에 남는다.

 

보는 내내 툭 건들면 눈물을 쏟아버릴 것 같은 그 경계선에 머물며 꾹꾹 누르며 읽었던 것 같다. 아마도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이런 심연의 알 수 없는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감정적인 것들만을 강요하거나 하고 있지 않았고 지금을 사는 현실을 같이 깨우쳐 주는 점도, 따뜻한 인생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도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다.

 

그냥 한마디로, 믿음 가는 이들의 추천사들이- 어렴풋이나마 - 모두 이해가 되는 시간이였다.

 

오늘도 이렇게 책 속에서 길을 찾아간다.

 

 

_항암 치료 덕분이 아니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삶 덕분에 나아진 것이다. 과일, 커피, 산소, 그리고 다정한 말들.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은 살 수 있다. 다른 이들도 살았다._p82

 

_필사적으로 어떤 생명을 지키려 애쓸 때는, 가끔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적어도 그 일부가 뭔지는 알게 된다. .....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 맞아. 삶이란 그런 거지._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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