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4월
평점 :
_.. 그들은 여전히 어떤 것도 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았다. 역병은 그들에게 단지 언젠가는 떠나야 할 두렵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은, 불쾌한 방문자였을 뿐이었다. 자신들 삶의 바로 그 형태로 나타나 그때까지 자신들을 이끌었던 존재를 잊어버릴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요컨대 그들은 기다리는 중이었다._p127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 읽히고 회자되는 문학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특징들이 있겠지만, 그 중 제일은 인간본성의 탐구하고 생각한다. 특히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군상의 면면은 시대불문 예외없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든다.
이런 작품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바로 #카뮈 의 #페스트 가 있다. 단순히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의 재난이야기 보다는 죽음이 코앞에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고립된 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을 넘어 인간유형을 분석할때도 많이 언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이정서 번역가의 페스트가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카뮈의 문장을 구조 그대로 살려낸 정본 완역본이라는데 있다. 기존의 번역이 아쉬웠던 이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막상 봐보니 너무 예전에 봤었던 책이라서 그 섬세한 번역의 차이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 나이들어 읽으니 저자의 실존주의적 관점이 더 잘 보였다.
이방인은 개인에 집중된 존재에 대한 깨달음 이였다면, 페스트는 인간들의 연대, 헌신, 지켜야하는 윤리 등을 통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였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의 의사 리외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특징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최근 전지구적인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한 현시대의 인류의 제각각의 모습들도 투영되어서 더 의미있는 시간이였다.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질문은 하나다. “만약 나라면?”..... 물론 모두가 극단적으로 하나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뮈가 이 책에서 그렸듯이 위기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디에나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허무함이 남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뜻밖에 심플한 삶의 진리와 빛을 보며 덮었다.
_하지만 그 격리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냐고 묻는 이들도 있겠다. 글쎄, 그건 단순한데, 그들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또는 원하는 경우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보였으며 완전히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은 도시의 평온함과 미숙한 동요를 공유했다._p237
_그래요, 나는 계속해서 부끄러웠소, 나는 우리 모두가 역병 안에 있다는 것과 이제 내가 평화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나는 오늘도 여전히 그것을 찾고 있고, 모두를 이해하고, 누구에게도 치명적인 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소. 나는 다만, 우리가 더 이상 역병 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평화를 기대할 수 있고, 또는 좋은 죽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소._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