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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우리 각자의 흔적을 가장 잘 되새겨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일기나 손으로 적어간 기록들이나 사진들.. 등이 떠오르겠지만, 그동안 살았던 ‘방’에 대한 기억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이전에는 방에 관한 기억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열린책들 의 #둘이서 함께 쓰는 에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인 #우리같은방 을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시인 #서윤후 와 한문학자 #최다정 이 각자의 방에 관한 고찰로 읽는 이와 공명하고 있는 책이였다.
시작부터 ‘내 방 사용 설명서’ 라니! ㅎㅎㅎ 호감상승~ , 그러면서 적용해보는 나의방 사용 설명서를 떠올리며 대입해보기도 하고 - 각자 적어보면 어떨까? - 룸메이트 식물들과의 대화에 나의 반려식물들에게 미소 하나 건네어보기도 하면서 글쓰기의 고뇌의 시간이 가득찬 저자의 방을 상상하며, 내 방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이나 기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장대비 같은 마음의 고난이 찾아오면, 나는 어김없이 방 안 가구를 옮긴다’는 문장을 읽으면서는 나를 보는 듯하여 기쁨과 위안에 눈물이 쪼끔 나왔다.
...
_방에는 그곳을 머무는 한 사람의 전통과 혁신이 교묘히 대치하고 있다. 방의 규격에 철저히 복부하며 수행하는 온갖 것의 배치와 그것을 채우고 비우는 동안 반영되는 한 사람의 생각과 취향, 존재의 가장 최신의 것들이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전통들을 수비한다._p115
때론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 되었고, 때로는 낯선 타인의 여행인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잘 쓴 에세이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나의 방 한 구석에 앉아서 펼쳐보기 좋은 책이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누구나 두 사람의 저자가 되어 시간을 살아보며 자신의 방을 둘러볼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지금 이 책에 관한 리뷰를 쓰는 이것도 내 방을 기록하는 흔적이 되어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_요새도 마음이 힘들어 몸에게 이상한 것을 먹이는 날이 있지만, 이젠 그런 마음에 놓여도 안 좋은 상태 속에 오래도록 나를 내버려두진 않는다._p96
_물론 일순간 생활의 굴레 속에서 이 리듬은 끊어진다. 초심을 잃고, 방 가구의 구조가 다시 익숙해지다 못해 지겨워지면 나는 또 방 가구 옮길 궁리를 하게 된다. 변주한 풍경을 아늑히 여기면서 끊임없이 변주하는 일로 가구 옮기기를 실천한다._p184
_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 되어 방에서 침묵을 지키려고 할 때마다 열심히 음악을 듣는다._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