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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ㅣ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평점 :
요즘 유독 한 가지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사는 이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듯하여 덩달아 힘이 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살롱드경성2 , 저자가 조선일보에 < #김인혜 의 살롱 드 경성> 연재를 한 글을 모아 2023년에 1편이 나왔었고, 두 번째 책은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1편과의 연개성이 있으니 먼저 보고 2편을 읽으면 더 좋을 거라는 저자의 당부가 있었지만, 미처 1권을 찾아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작품들과 작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예술가와 작품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은 마치 역사서를 따라가는 듯해서 보면서 마음가짐이 새롭고 웅장해지는 것 같았다. 그도그럴것이,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신 분들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로 이어지면 한국 예술가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우리 문화재 기록을 예술작품으로 남긴 오세창, 최초로 호랑이한반도가 탄생한 배경과 화가 안중식,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한국 풍경을 눈이 번쩍 뜨이면서 시원하게 느껴지게 그려서 보고 또 보게 만들었던 강직한 선의 변관식,
붓을 입으로 씻어가며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에 깜짝 놀랐었던 박생광, 이건희 컬렉션에만 70여 점의 작품들이 있다는 한국 공예의 개척자 유강열, 조선인 최초로 자동차 정비회사를 운영했다는 안목 좋은 소장가 정무묵, 드디어 들어본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던 천경자, 독특한 표현법이 눈길을 끌었던 파리의 남관,
그리고 개인적으로 작품 속의 무채색이 편안하게 느껴졌었던 권옥연 등... 살아생전에 오롯이 작품활동에 자신을 쏟아부었던 이들이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편견, 생활고와 희노애락이 길지 않게 들어있었다.
연재글을 모은 것이라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만 집중되는 듯 해서 좋았고, 우리나라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문외한 이였구나 싶어서 부끄러웠다. 한편 다양한 작품들로 눈호강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 작품들이 더 크게 들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이기도 하였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이다.
_한국의 기층문화에는 애통함과 어리숙함과 염원이 뒤범벅되어 있지만, 또한 뭔지 모를 장엄함과 강인한 저력이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박생광의 작품을 집에 걸기에는 너무 기가 세고 무섭게 느껴진다._p120
_... 변관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돌아다녔다. 나중에 그는 화가가 기술만 배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여기저기 방황하며 노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그는 이런 위인들에게서 ‘시대정신’을 배우고 다졌으리라._p89
_마치 장례식장 같은 휘장이 드리워지고 처연하게 달무리가 흐물거리는 풍경, 저 높이 언덕 위에 서 있는 집 위로 하늘을 향해 꽂혀 있는 깃발. 소리도 바람도 심지어 색채도 없는 적막한 세계. 닿을 듯 말 듯한데 결국 닿지 못하는 그런 세계를 권옥연은 그렸다. 그것은 ‘저 세상’의 풍경이다. 온통 무채색이다. 회청색이다._p281
_새벽의 태양 빛으로 따스하게 감싸인 도시의 뒷골목을 바라보면서, 원계홍은 “동일한 색가를 갖는 색들의 우미한 대비”를 잡아낼 수 있었다. 화가는 이런 일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_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