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친목 - 램 카페에선 외롭지 않다
하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튀지 않는 공간이야말로 주인의 마음결을 그대로 더 잘 드러낼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공간의 도화지에서 한결같이 은은한 내음이 나게 만드는 것이 이 카페 관리자의 내공이다. 무릇 공간이란 거기에 숨결을 불어넣는 자의 탄력과 온기가 담기지 않으면 이내 시들어 침침해진다._p131

 

_이제 밤을 따라, 아직 떠나보낸 적 없는 그리움을 보내요. 당신 편의 자그마한 기별을 기다려요._p180

 

바로 오늘 같은 날이었다. 그냥 맨몸으로 나와서 터벅터벅 마음 편한 공간을 가진 카페 한 켠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던 날..... 차 한 잔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석에 그렇게 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그런 공간이 그리운 날.... 그런 날이 바로 오늘 이였다.

 

나와 같은 이런 동기는 아니겠지만, 우연히 마법 같은 카페를 발견하고 이곳에 머물며 글로 적은 에세이가 있다. #하래연 작가의 카페 #산문집 , #양들의친목 .

 

신기한 인형극의 세계를 계기로 알게 된 저자는 고양이를 통해보는 세상이야기를 건너와 이번에는 램카페 라는 곳에서의 시간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어찌보면 앞의 작품들에 비해 평범한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인형극이 워낙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 길을 오고가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계절을 느끼며 오늘 마실 것을 주문하면서, 맛을 음미하며, 눈이 머무는 사물을 보면서, 문득 동화 한 편, 책 한 권을 떠올리며, 혹은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냄새에 집중하면서, 옛날 기억들도 하나씩 꺼내며 카페 에세이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심심하지는 않아서 저자의 조금은 시니컬한 여정을 경쾌하게 따라가는 시간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사유.... 문득문득 외로움이 찾아오지만, 저자처럼 감각을 예민하게 세워서 맛보는 세계는 쓸쓸해질 틈조차도 없어보였다. 어쩌면 이런 기민함으로 세상과 연결됨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오늘의 나는 이런 공간을 찾아 밖에 나가기는 않았으나, 베란다 밖의 산과 하늘, 새소리로 혼자 떨어져 있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중한 비법을 지켜나가고 싶게 하는 책이였다.

 

_커피잔을 테이블에 앉히자, 라떼 표면에 얹힌 하트가 흔들렸다. 다 마셔 커피잔이 바닥나도록 하트의 모양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단숨에 흩어지지 않는 하트의 다정함이 내내 나를 달래주었다._p29

 

 

_지금 이 고무나무의 존재감은, 설령 그것이 인조라 할지라도, 당장 처음으로 카페의 천장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문득, 천장과 벽, 사각을 지탱하는 이 안온한 경계들이 안쓰어워졌다. 나무가 살아 있어서다. 사람도 살아서 사각에 갇힌다. 어쨌든 보호는 가둔다._p92

 

 

_어떤 진실들은 힘이 모두 빠졌을 때만 드러난다. 심신이 멀쩡할 때의 인간은 웬만하면 혼란과 파국을 피하려, 끊임없이 기존의 안온한 세계와 타협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예고 없는 운명의 불가항력은 이런 틀을 가차 없이 깨버린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없었다._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