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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낙원 -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 읽기
박서영(무루)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5월
평점 :
_어떤 순간에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결과와 무관하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란 어떤 것일까. ... 마르타에게 그랬듯 노년의 삶에서 죽기를 각오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내게 언제나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지키는 이야기였다. 벼랑 끝에 몰린 노인이 스스로의 삶을 지키는 이야기에 사랑이 개입하지 않아서 좋았다. 덕분에 마르타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_p76
제목부터 재기발랄 했었던 #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 의 #무루 작가가 이번에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우리를 안내하는 #우리가모르는낙원 을 내놓았다. 전작보다 훨씬 농도가 짙어진 #그림책 이다.
나로 시작하는 고독에는 ‘다정한 구원’이 함께했고, 현실 속 슬픔을 사랑으로 감싸주었다. 기억에 남는 <인생은 지금>, 할아버지와 할머니 대화 속의 “인생은 쌓여 있는 설거지가 아니야” 로 긴 시간 부부로 사는 것으로 돌봄과 구원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던 <이상한 다과회>는 일상 모임들의 성격이나 목적 등을 떠올리게 했는데 막바지에 무루 작가의 ‘이전의 모든 모임이 그래왔으니까.’ 대목에서 그동안 그렇게 정리되었던 내 모임도 희미하게 기억이 나서 조금 씁쓸해하면서 또 글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물들만 살고 있는 ‘아직 세상에 없는 그림책: 정글맨션>...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내 외로움도 위로로 맞이할 수 있었던 ’코트 안감에 숨겨진 것: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등..
그림책 이야기를 따라서 함께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낙원을 찾아보게 되는 책이였다. 저자는 ‘낙원이란 도착하는 장소가 아니라 도착하려는 길을 만드는 일’ 이라고, 그러니 각자 스토리를 잘 써내려 가라고 격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마무리도 저자답게 죽음에 관한 내용 이였다.
편안해서 그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책이였다.
_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내게는 더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잘 살아볼 것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더 자주 꺼내보면서, 마주 보는 이들에게 더 다정한 얼굴이 되어주면서._p225
_우리는 또다시 서로가 가진 생각이 다르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늦은 밤 줌 화면을 닫고 까만 모니터 앞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두 시간 45분 동안 우리가 나눈 말들을 복기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정말 같은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이 맞나? ...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불확실한 상태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사실의 증명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이전의 모든 모임이 그래왔으니까._p101
_한 사람의 내면에서 빛나는 많은 것들이 오직 홀로 깨어 있는 시간에 만들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쩌니 위로가 된다. 매일 어딘가에서 저마다 자기만의 별을 만드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면 조금 덜 외로우니까.
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코트 겉감이 아닌 안감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_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