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물론 자신의 진정한 관심은 이 통증의 생물학적 또는 신경학적 측면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고난과 상실의 은유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에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10년 전 전혀 예상치 못한 애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래 바움가트너가 쉼 없이 찾고 있던 비유, 20088월의 그 바람 많고 더운 오후 이래 그에게 일어난 일을 묘사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고 매혹적인 유사물이다. 그날 오후 신들은 아직 젊은 자아가 왕성한 힘을 내뿜고 있던 아내를 그에게서 탈취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그의 팔다리가 몸에서 뜯겨 나갔다._p36

 

노교수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아내를 잃었다. 1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오늘 자신에게도 사고가 있었다. 계단에서 넘어지고 냄비를 까맣게 태워먹는다. 극심한 통증에 온갖 생각을 하다가 아내의 기억들이 계속 떠오른다. 그녀는 노교수의 일생의 사랑이였다. 평생을 같이 산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에게 너무나 충격적이고 힘든 일이였다.

 

은퇴를 앞둔 바움가트너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의 부재와 슬픔, 상실에 대한 따끔따끔한 아픔과 함께 떠올려지는 아내의 기억들은 온통 추억들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릴 적 기억들에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활자로 같이 떠나게 된 시간 속의 바움 가트너는 아이가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가, 우리도 공감하게 만든다. 그 누구도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렇듯 이상한 하루에서 시작해서 기억과 추억, 고통과 삶을 요란하지 않게 묘사해주며 따라가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뛰어난 내면의 묘사는 평범한 시간을 보석처럼 만들어 주는 힘이 있었다.

 

#폴오스터 가 투병 중에 끝을 예감하며 집필한 마지막 장편소설 이라는 #바움가트너 는 마치 저자의 마지막 고백서 혹은 당부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의 아버지의 지난한 삶을 나열하면서도 꿈을 꾸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_... 애나의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건너다보았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 그는 강렬한 행복감이 큰물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얘야, 남은 평생 기억해, 앞으로 너한테 일어날 어떤 일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을 테니까._p242

 

 

_하지만 거의 진짜, 죽어 버린 전화의 연결이 끊어진 선으로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남자에게 부여된 기억의 힘이란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_p86

 

_...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_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