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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_“있잖아, 수민아. 그냥 죽고 싶은 마음과 절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일매일 속을 아프게 해.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런 내 마음을 어떠헥 알고 온갖 것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나와 태수 씨는 그때 처음으로 함께 울었다. 하도 오래 발을 담가서 발가락이 팅팅 불어 있었다._p28
2025년 제48회 이상 문학상 대상, #예소연 의 #그개와혁명 , 오래간만에 챙겨본 이상문학상 작품은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나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특히 대상작을 읽고 가슴이 턱 막혔었는데... 잊고 있었던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부채..’ 이런 문구들이 떠올랐다.
‘그 개와 혁명’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었던 아버지 ‘태수’ 씨는 2020년대 페미니스트 세대인 딸과 정치적 견해가 극도로 갈렸었다. 태수 씨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가정에서는 가사노동에 무관심했었던 가장이었을 뿐 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 ‘태수‘ 장례식장의 딸은 방문객들을 통해서 그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한때 혁명을 꿈꾸었던 그에게서 환경 운동, 페미 운동 등을 지지하는 딸의 모습이 투영된다. 자신과는 다르다 생각했었던 아버지는 각기 다른 시대에 변화를 바랬던 동지로 다가온다.
죽음의 장소에서 발견하는 두 세대의 화해와 결합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였다. 마치 최근 촛불집회에서 여러 세대가 같은 듯 다르게 화합을 했었던 것처럼..... 과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희망으로 남아 정말 좋았던 소설이였다.
수상자와의 대담과 수상소감, 문학적 자서전, 자선 대표작 등 더 깊이 작가를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함께 해서 훨씬 더 풍성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였고, 다른 수상작들 및 심사평들은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게 만들어 주었다.
예소연 작가,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 기대된다.
“우리가 그냥 살아지듯이, 소설이 그냥 쎠지는 건 아닙니다만, 어느 순간 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면 소설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몹시 사랑하고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소설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찾아오기도 하더군요. 제가 [그 개와 혁명]을 쓰던 순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