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소굴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강두식 옮김 / 빛소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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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측량사 K는 어떤 성에 초대를 받아 이 성으로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당연하게 시작한 이 여정은 어렵기만 하다. 마을 사람들은 K가 성에 초청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의심과 공격으로 대한다.

 

아무리 K가 자신의 용무를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를 초대한 성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내려오지 않는다.

 

결국 K는 마을 외관에 머물면서 성으로 갈 일만 기다리지만.....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그는 성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_... 이렇게 K는 꿈을 희롱하고, 꿈은 K를 희롱했다._p222

 

 

두꺼운 페이지들을 채운 이야기는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지만... 그렇게 허망하다. K가 마을 주민들의 냉대를 이겨내며 다다르고자 했었던 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존재는 했었던 것일까?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K의 긴 여행기는 어느 순간 목적을 잊게 만든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실존적 질문이 슬쩍 올라온다. 목적지 자체를 분해해버리는 #카프카 의 글에 가슴이 풀썩 내려앉는 듯하지만, 이상하게 편안해지고 안심이 되는 지점이 찾아온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게 되는 주인공처럼.... 어쩌면 어찌 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좁아진 시야 때문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프카가 남긴 작품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소설’,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소설이라고 하는 이 작품은, 읽는 이에 따라 도달하고자 하는 이 달리 보일 것 같다. 미완성으로 끝난 소설의 끝은 우리의 몫이다.

 

언젠가 또 읽으면 해석이 달라질 것 같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_그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방을 돌아다보더니 어깨 너머로 땅에 꽂힌 수많은 십자가들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서는 아무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위대했다. 그때 우연히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노기를 띤 눈초리로 K에게 아래로 내려오라고 야단을 쳤다. 뛰어내릴 때 무릎을 다쳐서 K는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담을 정복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_p49

 

_“..... 무엇보다도 당신이 오늘 내로 성에서 무슨 성과를 거두시지 못하면 정말 당신 혼자만의 잠자리도 이 마을에서 구하지 못할 거예요. 잠자리란 장차 당신의 아내가 될 사람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훌륭한 잠자리를 말하는 거예요.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당신이 추운 겨울밤에 헤매고 돌아다닐 것을 내가 빤히 아는데도 당신은 나 혼자만이라도 여기 따스한 방에서 자라고 말씀하겠지요.”_p144

 

_오늘 자신의 피로가 모든 사정의 불리함보다도 손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K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육체는 의지할 만하다고 믿고 있던 그가, 그리고 그런 확신이 없다면 결코 이런 곳까지 오겠다고는 생각지 않았을 그가, 어째서 몇 번의 힘든 밤과 잠을 자지 못한 하룻밤을 견뎌낼 수 없었던 걸까? 어째서 바로 여기서 이렇게, 어쩔 수도 없이 피곤에 지쳐버린 것일까? .... 오히려 일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K는 왜 이토록 피로했던 걸까?

 

생각해 보면 그들의 피로는 K의 피로와는 전혀 달랐다. 여기서는 행복한 일 안에도 피로가 깃들어 있는 듯했으며, 회부에서 볼 땐 피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깨부술 수 없는 안정이자 깨부술 수 없는 평화였다. 대낮에 약간의 피로를 느끼는 건 그날 하루가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마을의 높으신 분들에게는 늘 대낮만 있다.” K는 혼자 중얼거렸다._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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