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공격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빛소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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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실제로, 무시무시한 일제 사격이 조금씩 낡은 방앗간을 뒤흔들었다. 덧창 하나가 레이스처럼 구멍이 뚫린 채 강물에 떨어지는 바람에 침대 매트리스로 덧창을 대신해야 했다. 메를리에 영감은 매 순간 몸을 드러내어 물레방아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확인했다. 물레방아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기분이었다._p24 [ #방앗간공격 ] 에서

 

 

_"나이스는 폭삭 늙어버렸고, 보기도 흉해졌어.“ 로스탕 씨가 다시 말했다. ”처음에는 못 알아봤으니까. 바닷가에 사는 아가씨들은 얼마나 빨리 늙어버리는지 놀라울 정도야...... 정말 아름다웠는데, 나이스는....“

 

! 화무십일홍이죠.” 프레데리크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갈빗살을 삼켰다._p96 [나이스 미쿨랭]에서

 

 

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현실보다 더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서 가슴이 뜨끔할 때가 있다. 특히 고전문학의 경우에는 단편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내 경우에는 모파상의 단편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여기 #에밀졸라 의 단편소설들이 있다.

 

전쟁에 휩쓸린 마을의 방앗간을 중심으로, 선택의 기로에 선 여인과 허망한 결말(?), 꽃 같이 아름다운 소녀였지만 학대를 받으며 그 위안처로 사랑에 매달렸던 여자와 해결책으로 택한 결혼 뒤에서 수군거리는 남자들의 비아냥...

 

생매장을 당한 채로 관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과 후회와 기억들의 독백으로 가득 채우며 자조하는 남자, 헛웃음 나는 중년 신사의 어린 아내의 임신 - 많이 다르지만 문득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가 떠올랐다 -, 그리고 당시 여성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대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보기 좋게 주인공을 독립시킨 소설까지...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를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자연주의문학 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가 에밀 졸라에 대한 설명과 각 작품들에 대한 배경까지 책의 후반에 친절하게 넣어놓아서 읽는 이들의 이해를 깊이 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추천 포인트 이다.

 

모파상과 같이 인간본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에밀 졸라를 긴 글의 무거운 도서들로만 만나 봤었다면 이 책을 통해 그에게 다르게 다가가 보라고도 하고 싶다.

 

 

_엄청난 절망감이 몰려왔다. 나는 고통스러운 반수 상태에서 죽음을 기다렸다. 관은 돌덩어리나 매한가지였다. 나는 겨로 관을 해체할 수 없으리라. 패배의 확실성이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했고, 다시 탈출을 시도할 용기를 꺾었다. 또 다른 고통, 즉 굶주림이 추위와 질식이 덧보태졌다. 이성이 흐려졌다._p127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에서

 

_“....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게 뭔지 아나? 그 친구의 그림이 늘 선하다는 거야. 기가 막힐 정도로! 자네들이 웃어도 어쩔 수 없어! 예전에는 그 친구가 망가진다면, 그 친구가 끝장난다면 벼락을 맞은 듯 지극히 혼란스러운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더. 그런데 웬걸, 전혀 그렇지 않아. 그 친구는 마침내 일상적으로 작동되는 메카니즘, 다시 말해 아주 자연스럽게 아양을 떠는 기술을 터득한 듯해..... 그건 재앙이지. 그 친구는 끝났어, 더 이상 악을 그릴 능력이 없어.”_p218 [수르디 부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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