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닉 애덤스 이야기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평점 :
_“언젠가 우리도 유럽에 가서 성당을 볼 수 있을까?”
“물론. 하지만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한 다음 돈 버는 법을 배워야지.”
“오빠가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실력이 좋아지면.”
“더 가벼운 글을 쓰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이 아니라, 엄마가 오빠 글은 죄다 우울하대.”_p99
헤밍웨이의 자전적 인물과 가장 가깝게 그렸다고 평가받는 #닉애덤스이야기 를 #빛소굴 도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주인공 닉 애덤스의 삶을 통과하는 여정을 헤밍웨이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체로 완성한 작품인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와 더불어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힌다고 하니,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볼 수 없었던 시간이였다.
헤밍웨이는, 나에게는 마초적인 느낌과 생명에 관한 애정이 강한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닉 애덤스의 아버지에 대한 반항과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의 대조, 인디언 마을에서 경험한 출산과정과 죽음에 대하여 생긴 사유, 홀로서기 위해 애쓰는 청년기의 주인공, 전쟁터에서 경험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닉의 모습에서 헤밍웨이가 더 잘 투영되어 보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닉이 송어를 보며 몸으로 반응하는 장면은, 우리의 기억들이 각자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순간 치유로 작용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살만한 것이 또한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이르게 만들었다. 한편 참 헤밍웨이 답다 싶기도 하고....
끈적하거나 뭉근한 느낌보다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삶을 직시할 수 있게 만드는 문체의 글이 너무 좋았고, 오랜만에 만난 헤밍웨이를 자전적인 인물로 유년기부터 중년까지 읽어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길지 않은 책이였지만 한 인생을 같이 살아낸 기분이다. 종국에는 글쓰기로 정착한 닉의 시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살아갈 힘을 얻어갈 수 있었다.
_다른 어떤 일보다 글쓰기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사실 그래서 글을 썼다. 전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닉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양심의 발로가 아니라 그저 너무 재미있고 그 무엇보다 짜릿해서였다. 잘 쓰는 건 지독히 어렵기도 했다. 수많은 기교가 있었다. 그런 기교를 사용하면 글을 쉽게 써낼 수 있었다. 모두가 기교를 사용했다. ..... 새롭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진부해진다.
닉은 세잔이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쓰고 싶었다.
세잔은 온갖 기교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모든 걸 깨부수고 진자를 만들어냈다. 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이다. 그는 가장 위대한 화가였다. 언제나 최고였다._p276
_근육이 쑤시고 날은 무더웠지만, 그래도 닉은 행복했다. 생각할 필요도, 글을 쓸 필요도 없이, 뭐든 할 필요 없이, 모든 걸 남기고 떠나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뒤에 남겨졌다._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