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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계절 - 박혜미 에세이 화집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1월
평점 :
_봄으로 향하는 것들은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것들과 해내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아카시아잎 점을 친다. 오늘은 하지 못할 것 같고, 내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절망과 희망 사이에 쉬운 시작이 필요했다._p38
#박혜미 에세이 화집 #사적인계절 에 빠진 것은 겨울이였지만, 읽는 내내 이런 봄의 시작으로 본 것 같다.
박혜미 작가가 자신의 시간을 글로 그림으로 펼쳐 놓았다. 차분한 글과 섬세한 그림들은 어렴풋이 저자의 성향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림 속 인물에 나를 넣어서 함께 해 볼 수 있었다.
먹다 만 수박조각, 복숭아 반 개, 사과의 마지막 씨앗 2개, 세 알 남은 포도와 모기향, 모래사장위의 새빨간 발바닥, 귤 껍질을 까고 있는 정겨운 두 사람의 손들.... 큰 화폭의 아름다운 그림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소해 보이는 컷들의 선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계절을 사적으로 읽어가며 나온 에세이에는 적지 않은 시간들 속의 삶이 오롯이 보였다.
낯설지 않은 이 보통의 생활은, 우리의 계절들도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모든 것이 의미있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보다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여, 더없이 감각적인 힐링 시간이였다.
봐도봐도 좋은 박혜미의 에세이 화집,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_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과 한 알이, 투두둑 높은 소리와 함께 대추 몇 알이, 하강하는 나무의 소리가 아래로 쌓여갔다. 가로수의 푸른 은행잎은 노랗게 익어가고, 떨어진 은행들은 하나둘 원형의 형태를 잃어가며 보도블록 위 자국으로 남았다._p89
_조금씩 당기기 시작하는 맨얼굴, 옷 주머니 속 여러 개의 립밤, 긴 잠옷 바지와 니트 양말, 뜨거운 커피로 잠을 깨우고 티셔츠 안으로 스미는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반만 열어둔다._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