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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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의 10,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기억은 희미해도 그때 나에게 영향을 준 것들은 내 안에서 문득, 혹은 잔잔하게 삶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 때 본 영화들, 책들, 친구들과 나눴던 시간들.. 피아노를 배웠던 집에서 들었던 LP판들, 밤마다 들었던 영화음악들 등... 세부적인 기억보다는 그 잔상들이 내 평생 동안 영향을 주고 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유명 작가들의 10대는 어땠을까? 이번에 빛소굴 문학전집을 통해, 이들의 자전적 소설을 만나고 있다.

 

#바질이야기 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가장 자전적 인물, 소년 바질의 성장기를 그린 글이다. 치기 어린 10대 소년의 모든 모습이 다 들어있는 듯한 이 소설 속의 바질은,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중산층 집안의 청소년이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지점에서, 금방 사랑에 빠지고 관계유지는 서툴고, 허황되어 보이는 상상의 나래로 히죽거린다.

 

이런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가, 혀를 끌끌 차는 꼰대도 되었다가, 이렇게 거침없는 시행착오가 다 가능한 시기라는 것에 씁쓸한 부러움도 느꼈다가, 한심하면서도 한편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워보인다. 저자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이 캐릭터를 주인공인 글은 왜 쓴 것일까? 향수와 함께 그리움 인가?

 

아니면 제3자의 관점에서 낯선 자신을 만나고 싶었을까? 부와 계급, 미련 남는 사랑을 그렸던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어린 버전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양호한 환경에서, 그저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방종 하는 것을 일삼다가 삶의 쓴 맛을 경험하는 것이 좀 다를 뿐, 물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겪어오기도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의 진행형 인생과 다름없을 것이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졌었던 바질이야기였다.

 

 

_바질은 20세기의 열두 번째 해에 유행하고 있는 아주 납작한 중산모를 썼고, 몸이 쉴 새 없이 자라는 통에 파란 정장이 덜름했다. 그의 안에서는, 그의 몸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뿌연 이상과 감정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실체 없는 영혼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신없이 밀려드는 사건들을 통제하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승부욕 과한 인간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 현재 미국의 교육 원칙 - 고 믿는 바질은 현실과 동떨어진 야망을 품으며 끊임없이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_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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