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여행이라는 선물
권혜경 지음 / 오늘산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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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매일 아침 샤워할 때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이 한 토막씩 생각나는 겁니다. 여행은 오랫동안 제 삶의 빛과 그늘을 채워온, 제 안에 그득한 수많은 이야기의 원천입니다._p9

 

#발권이완료되었습니다 프롤로그 시작의 이 문장들은 보는 순간 나를 사로잡았다. 마치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에서도 다른 나라에서의 그리운 순간들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기록도 그다지 없고 느낌과 희미한 장면들만 남아있는 지라 일부일 뿐이겠지만, 마치 마술처럼 그랬다.

 

그래서였나보다. 이미 #권혜경 작가의 여행 속에 쏙 들어와 있다고 느껴졌던 것은...

 

책은 유럽맥주여행, 에키벤과 료칸, 사랑 그리고 사람, 3파트로 나눠져 있다.

 

결혼 25주년 은혼식을 맞아 남편과 함께 유럽으로 맥주 여행을 떠나는 1장은 많은 이가 꿈꾸는 맥주 순례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거기에 평생의 파트너와 함께 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 커플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며 스며들었다. ‘나도 가보고 싶다’, ‘현지인들의 여유가 너무 좋다하면서... 특히, 여행자 부부의 여유와 더불어, 그곳 사람들의 풍경이 눈에 보이듯 글로 옮겨진 아래의 문장들이 기억에 남는다.

 

_호텔에서 알테마인 다리까지 도보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산책 겸 걸어가는데,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 삼삼오오 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노을을 구경하고 있었다. 덕분에 강을 따라 걸어가는 내내 사람 구경, 건물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석양을 일상에 들여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멋스럽게 느껴졌다._p63

 

 

두 번째 파트에서는 남편과의 즉흥 일본여행과 시누이이자 친구인 루시아와의 료칸 여행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친구와 함께, 단 둘이 떠난 료칸 여행은 남편과는 다른 여행의 맛이 느껴졌는데, 좀 더 서정적으로 느껴졌다. 소설 설국이 언급된 부분은 또 얼마나 반갑던지! 친구와 눈과 사케를 따라가는 이런 테마도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프롤로그에 이어 바로 읽었던 세 번째 파트 사랑, 사람에 대한 기억들.... 저자가 많은 곳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 페이지들을 채우고 있었다. 기적과도 같았던 여권을 다시 찾은 이야기와 도움을 준 사람들, 공항에서의 딜레이 에피, 민박집, 낯선 호텔의 아름다움, 사진 한 장으로 떠난 이탈리아 등, 여행 중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보며 공감을 하면서 내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믿기지 않은 사람들과의 인연에 세상은 참 아름답다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코로나로 발이 묶이면서 여행이 잠시 멀어진 듯한 느낌 이였는데, 제목부터 설렌 이 책을 보면서 내 기억속의 사람들도 같이 소환되었다. 그들과의 메신저를 둘러보며 소소한 안부라도 전해야 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준비가 귀찮아서 가만히 머물고만 싶었던 나를 다시 끄집어내준 책이다. 타인이 아닌 나의 발권을 해봐야겠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_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모닥불의 타닥거리는 소리에 맞춰 흐르기 시작했다. 이 세상 사람이 사막에서 별을 본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나뉘는 순간이었다.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에 겸손하게 순응하는 사람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잊을 수 없는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저물어 갔다. 나는 틀림없이 그 밤, 그곳에 있었다._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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