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밤
서한나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술이 없는 밤의 중독자와 신경전형인의 세계를 건너는 신경다양인의 체감은 여러모로 유사하다. 우리는 어떤 결핍을 안고 일렁이는 물속 어둠에 잠겨 살고, 세계는 밤 너머에 있다. 쩍 벌어진 그 사이를 술과 허구가 채운다. ..... 하지만 소설을 읽든 술에 취하든 도망치는게 아니라 다가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소설을 읽든 술에 취하든 빠져드는게 아니라 갖고 놀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도망은 모멸이지만 놀이는 힘이다._p54

 

 

여기, #술없는밤 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혹은 밤의 술을 즐기며 기억을 쌓아가는 창작자도 있다. 또한 숙취로 짜증부리는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난다는 사람도 있다. 술을 못마시지만 술자리만은 너무 좋다고 고백하는 이, 그리고 찐득한 추억으로 사랑으로 술을 떠올리는 이도.....

 

이렇게 6명의 작가가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에 관한 썰을 풀어놓고 있는 책 <술 없는 밤>, 받고 바로 펼쳐본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오자마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술에 의지해 두려움에서 도망가다 마침내 맨정신으로 맞은 밤에 직면하게 된 자신, 이 생에서는 끝내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술 있는 밤에 대한 낭만적인 동경 같은 아쉬움이 느껴졌던 글, 술도 술자리도 썩 좋아하지 않지만 마침내 취향을 찾게 되어 오마카세에 크루그를 요청하게 된 썰, 술 없는 밤을 위해 낮부터 준비하고 일정표를 만들며 노력하며 부단히 애쓰는 - 중독일 것 같은 -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술 없는 밤....

 

지독히도 술을 많이 마셨던 때가 있었다. 술 자체를 좋아했다기 보다는 술이 있는 분위기, 거기에서 오가는 이야기, 사람들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술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때로 돌아가 함께 있는 듯 느껴졌다. 공감도 되었다가, 웃었다가... ‘어쩌면 어두운 밤 우리에게는 술에 앞서 철학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밤의 술을 한껏 향유하고 술 없는 밤을 의연하게 건너기 위하여.’ 문장을 맞닥뜨리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의 사람들은 술 없는 밤을 찾았을까?

 

 

모든 글이 그저 좋았다. 많은 페이지를 깃털 같은 단어로 채우고 있는 많은 에세이들 틈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책이였다.

 

 

 

_그와 있으면 삶은 전위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와 일상을 함께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전위적이지 않은 삶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그와 일상을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지만....._p22

 

 

_술은 밤에 예찬하는 삶, 밤에 축하하는 사랑, 밤에 누리는 친교라는 근원적 역설이다._p41

 

_김 형과 김 형 싸움 파출소 병원

경찰서 합의 지끈 전두엽 한숨

그리워라 술 없는 밤_p85

 

_그러니까 결국 난 취한 사람들이 좋은 것이다. 주책맞고, 다정하고, 잘 웃고, 굳이 한마디 더 하고, 농담을 4절까지 잇고, 누군가를 더 잘 좋아하게 되고, 할까 말까 고민되는 행동은 그냥 해버리는 사람들. 주정뱅이들._p149

 

 

_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그저 이렇게. 술 마시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생각난다. 마음이 저릿하고 서글퍼진다. 몸을 움직여 다른 곳을 바라본다. 술잔에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개끗하고 선명한 밤이다. 그저 여기에 놓여 있는 밤._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