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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평점 :
책이든 시리즈드라마든, 같은 장르더라도, 보다가 멈춰서 다시 보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 경우가 있고, 본 페이지/장면이 쌓이는 것이 아쉬워서 아끼고 아끼고 싶어서인 경우가 있다.
이 책, #매우탁월한취향 은 후자의 경우로 아끼며 읽었다. #홍예진 작가가 주변의 이야기를 쓴 것인데 이렇게 뭉근하게 스며들 수가 없었다. 소박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솔직하고, 공감되는 일화와 생각인데 세련된 문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살았고, 지금은 코네티켓의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는 저자의 뉴잉글랜드 생활 속에서 미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총기 사고 관련, 인종주의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소소한 일상 등 까지 이 책 속에서 다루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발견하는 ‘매우 탁월한 취향’ 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문득 반짝하는 뾰족한 순간들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무심코 고른 네일의 색깔들, 감사의 마음, 추억이 담긴 전축, 추모의 깃발, 현상에 대한 주관 등.... 현재를 지탱하게 해주는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상념들에 묻히지 않고 주변 현상들, 사회모습까지 담담하면서도 적당히 뜨겁게 적어내려가서 더 좋았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면 이렇게 바라보고 표현해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처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끝맺음 하고 싶다. 조금은 낙관적으로...
_“바느질하는 게 좋으니까요.”
말도 더 깊게 섞지 않았고, 이후로도 갈 때마다 인사만 하고 지냈기 때문에 그 여자에 대한 정보는 더 얻은 게 없지만, 바느질이 좋다는 그 여자의 표정과 수식 없는 말에서 그 대답니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창의적이고 그럴듯하고 폼 나는 직종이어야 살맛 나게 사는 거라는 내 편견이 허를 찔린 일화라 가끔씩 그녀가 생각나곤 했다......털끝까지 자기 소유인 취향을 직업으로 삼고도 온유하고 단단하게 시간을 컨트롤하는 확신에 대한 부러움._p76
_천박한 포장과 거짓 위안을 극도로 경계한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는 생의 ‘진짜 얼굴’들이 곁을 걷고 있다고 느끼며 위안을 받는다._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