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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평점 :
추천의 말은 장강명 작가가, 서문은 버지니아 울프가 시작하는 #윌리엄해즐릿 의 에세이, #혐오의즐거움에관하여 .
믿고 보는 두 사람의 찬사가 아니더라도, 첫 챕터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부터 내 정신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아니 쑥 빨아들였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우리의 악의가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게 박애의 정신 안에 가두어 놓는 법이라는 시니컬한 그의 말은 읽는 이에게 변명도 필요치 않는 칼이 되어 꾹 찌른다. “그래?! 그런가?” 하면서 되짚어보는 나의 정신, 생각과 행동들은 이 책을 보는 내내 따라다녔다. 그 누구도 저자가 던지는 문장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냉철한 듯 보이지만 죽음에 대해서 다룬 챕터에서는 성찰과 관조가 엿보였는데, 읽으며 반복되는 생명의 윤회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_너무나 부드럽고 고운 흙에 감싸여, 갓난아이보다 더 깊고 고요한 잠에 빠진 채, 아직 생명체로 발달하기 전의 상태에서 근심걱정 없이 평온하고 자유로웠다. 그런데 이제 찰나의 삶을 안달복달하며 열띠게 산 뒤, 헛된 희망과 하찮은 두려움으로 점철된 삶을 산 뒤, 다시 마지막 편안한 잠을 빠지고 삶이라는 불온했던 꿈을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다니!_p65
이외의 모든 챕터들도 기억에 남았고 다 밑줄 그어놓고 싶었는데, 특히 ‘학자들의 무지에 관하여’ 챕터는 묘한 쾌감과 함께 가슴이 뻥 뚫리는 희열이 느껴졌다 - 이 에세이에 이미 젖어든건가! -. 왜냐하면 지금도 실존인물이다아니다 또는 당대의 유명인이 가명을 쓴 것이다 등 의견이 많은 셰익스피어의 예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생기는 이유, 그 자체가 이 챕터의 주제일 것이다. 바로 셰익스피어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일 것이라는 것, 출신이 낮다는 것 등.. 이런 사람이 그렇게 훌륭한 글을 쓸 수는 없었을 거라는 소위 배운 사람들의 오만함 때문이니..
_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잘 고안해 내고 편견에서 가장 자유롭다. 셰익스피어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상상력이 참신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와 달리 밀턴은 생각과 감정의 결이 천생 학자였다. 셰익스피어는 미덕의 옹호나 악의 배척과 같은 주제로 학교에서 글을 쓰던 습관이 없었다. 이 덕분에 도덕에 관한 논조가 꾸밈없고, 충실한 극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천재의 힘을 알고 싶다면 셰익스피어를 읽으면 된다. 학식의 하찮음을 알려면 셰익스피어 주석가들을 연구하면 된다._p147
정말 기대했었던 책이였는데, 기대 그 이상이였고, 오랜만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여 무뎌딘 감각을 깨워주는 내용과 문장이였다. 그냥 무조건 추천이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