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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_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그렇게 데루코는 슈트케이스를 끌고 39년간 살아온 그 집을, 아니 45년에 이르는 도시로와의 결혼 생활을 박차고 나왔다._p16
데루코는 슈트케이스 하나를 끌고 남편이 있는 집을 나와 오랜 친구인 루이에게로 향한다. 어쩌다 들어가게 된 노인아파트의 파벌싸움에 질린 루이가 도움을 청한 것이다. 해방구가 필요했었던 데루코는 주저없이 남편의 BMW를 끌고 와버렸다.
그렇게 루이를 픽업해서 떠난 곳은 어떤 별장... 사실 이 곳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다. 이른바 불법침입?! 하지만 이것도 착실하게 주부로서 수십년을 살아온 데루코의 일탈일지도...
여기에서 얘기를 나누고, 지역 주민인양 근처 노천탕에서 느긋한 시간도 보낸다. 그리고 본업이 노래인 루이는 근처 가게에서 일하기로 하고, 데루코는 온라인 강좌로 배운 카드 점을 마을 카페에 자리를 빌려 봐주는 일을 해보기로 한다.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겠다는 데루코를 보면서 루이의 눈에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그녀의 새로운 면들을 계속 발견하는 기분이였다.
이 모든 것들은 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는 이 둘의 여정에 어떤 멋진 일들이 벌어질까?!
_친구란 참 좋은 거야. 정확히는 데루코가 친구라서 너무 좋다. ..... 데루코는 때때로 열쇠가 된다. 그 열쇠로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곳, 가본 적 없는 곳, .... 그 열쇠는 내가 보이지 않는 척해왔던 곳으로 통하는 문까지도 스르륵 열어버린다._p164
이 두 사람은 벌써 나이가 일흔 살 이다. 하지만 인생을 재정비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데루코와 루이를 보면서 삶이 너무 답답해질 때 도움을 청할 친구 하나가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 둘을 통해 시원한 대리만족을 하면서 둘의 행적을 쫓아갔다.
일흔 살이라고 하면 보통 자신의 현실과 타협하고 그냥 그 흐름대로 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일흔 살은 자신을 탐구하고 찾기 위해 모험하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읽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를 질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면서 무뎌지기 마련인 섬세한 감각이 살아있는 주인공들이 사랑스러워서 좋았고, 지금은 물론이고 이 나이의 나를 상상해보게 해줘서 고마운 책이였다.
_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 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_p56
_상상은 데루코에게 취미 비슷한 것이었다. .... 만약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인생을 맛볼 수 있을까? 데루코는 항상 상상해 왔다. 현실의 인생이 바라던 바와는 너무나 달랐으니까._p76
_데루코에게 사랑을 하게 하자는 계획을. 상대는 조지. .... 남은 생이 우리에게 그렇게 길게 남은 것도 아니고, 꼭 결혼하거나 같이 살지 않더라도 사랑은 할 수 있는 거니까._p112
_"이 집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데루코가 중얼거렸다. ”지금 그거, 굉장히 좋은 말이다.“ 루이가 말했다. ”뭐랄까, 우리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아?“ ”맞는 말이야. 한참 남았지.“ ”맞아. 한참 남았어.“_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