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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골동한 나날 - 젊은 수집가의 골동품 수집기
박영빈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평점 :
취미든 일이든 어떤 하나에 빠져든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오롯이 몰두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각자 관심사와 소질, 등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할텐데, 여기 젊은 골동품 수집가가 있다. 말 그대로 #골동골동한나날 을 보내고 있는 #박영빈 수집가는 ‘어릴 때부터 옛것과 전통문화를 좋아해 박물관과 유적지를 들락거렸다’고 하니 그의 지금의 모습은 어쩌면 운명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진심이 느껴졌었던 저자의 에세이는 마치 추리소설 단편들을 골동품/유물에 따라 엮어놓은 기분이였다. 그만큼 흥미진진했다는 말이다.
덕질을 위해 끊임없는 공부로 시작해서 좋은 향로를 찾아다니며 만난 스토리들, #골동벽 에 텅장이 될지언정 자꾸만 늘어가는 모든 장르의 기물들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고 있었다. 답십리에 있는 가게 안쪽 선반에 있었던, 몸 전체에 도료가 덕지덕지 칠해져있고 유성펜으로 부처님 얼굴에 떡칠이 되어 있었던 불상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물티슈로 닦아내다가- 우연히 불석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 에피소드에서는 예사로 넘길 수 없는 것들이 많구나 하는 것과 ‘불석’ 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_불석은 조선 중기부터 근대까지 석불 제작에 사용한 무른 돌로 경주 쪽에서 주로 채굴됐는데, 불상 제작에 많이 사용되어 ‘불석’ 이라는 별명이 붙은 돌이다. 흔히 절에서는 경주 옥돌이라 불리는 돌로, 사찰에 종종 보이는 ‘옥불상’ 이라고 하면 이 불석으로 제작된 것인 경우가 많다. ...... 광물명으로는 ‘제올라이트’인데 수분 흡수를 잘하며 물에 닿으면 매우 물러지는 돌이라고 했다._p97
도깨비 같은 인물이 그려져 있다는 도깨비잔, 괴성배, 그리고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던 탱화 이야기, 뜻밖의 등장이였던 갓끈과 은정자, 비파, 이런 것도 있구나 했었던 후령통 - ‘후령통은 뚜껑에 위아래가 뚫린 대롱이 달린 원통을 말한다.... 대롱이 달린 뚜껑은 거의 필수적이다. 후령이란 바로 이 대롱을 말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퍼져 나오는 통로를 상징한다’ -, 역시나 골동품으로 생각지 않고 있었던 죽렴/발, 등... 마치 신기한 세상을 여행하는 듯하였다.
골동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에 담겨있는 저자의 행보와 노력, 철학과 관점을 읽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 끝에 달려있는 해시태그를 읽어내는 즐거움도 상당했는데, 그 챕터의 핵심을 담고 있는 듯해서 신선하고 좋았다.
요즘 아트컬렉션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폭을 넓혀서 옛 것을 찾아 숨겨진 역사를 찾아주고 새로운 시간을 함께 해 보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다.
_골동품,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들부터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어느샌가 내 곁에 일상을 함께하는 기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테니까요._p87
_..진품과 가품을 섞어서 쓰다 보면 아무래도 끝내 진품에 손이 더 많이 가게 되고, 조금 상태가 안 좋거나 모양이 좋지 않더라도 진품을 모으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걸 두고 중국의 수장가들은 “진품이 갖는 고운과 영기는 제아무리 솜씨 좋은 사람이라도 억지로 끌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고운이란 예로부터 담겨져 온 울림, 영기는 그 기물이 갖는 기운이다._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