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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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림은 인생이다. 지우개를 쓰지 말고 실수한 선을 그냥 놔둔 채 그대로 거침없이 그려간다. 지금은 마음에 남아 괴롭지만 나중에는 실수한 선이 나만의 독특한 문양이 된다. 그렇게 인생은, 그림은 예측할 수 없어 아름답다.

 

지우개로 지운다고 다음 선이 예쁠까? 종이만 운다. 나도 운다. 컨투어 드로잉, 인생 같은 그림!_p176

 

펜을 들고 점, 선을 그리며 떼지 않고 쭉 이어간다. 지나가다가 되돌아 가기도 하고 가다가 다른 길을 만들어 종이위에 펼쳐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로 이어지며 그려지는 그림이 바로 컨투어 드로잉.... 이 컨투어 드로잉을 인생에 비추어 쓴 이기주 작가의 이 페이지가 기억에 남는, #그리다가뭉클 ....

 

머릿속에서는 원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있지만 손으로 통 옮기지 않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펜드로잉 습관을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결국 인생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읽다가 뭉클’ 해지는 많은 지점에 멈춰서 저자의 그림과 글에 젖어들었다. 정말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는 생각도 하면서....

 

읽는 동안, 비록 내가 바랬던 희망들은 실천이 여전히 안되고 있지만, 왜 뭐라도 그리고 색칠하고 싶어하는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누구나 살면서 나를 풀어낼 뭔가가 필요하다. 성향에 따라 사람들과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위로를 찾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만히 혼자 있는데서 많은 것들을 찾기도 한다. 꼭 정해진 방식이 아니더라도 그 흔적들의 기록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장소와 기억을 그림과 글로 나누는 저자를 통해 이런 기록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씨도 참 잘 쓴다고 생각했었던 드로잉 작가인데, 글도 참 잘 쓴다. 주로 접했던 펜드로잉 외에 무게감이 가득한 물감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이다.

 

 

그림은 살아온 시간으로 그린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_그림과 글은 마음을 부지런히 쓰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건강에 딱 좋은 운동법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그리려면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의미를 찾게 되면서 마음을 뒤적거려야 하기 때문이다._p5

 

_.... 나의 시간과 사건들에 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기도 하고 코를 벌렁거리며 신기해하면서 사는 게 이젠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반응하는 것이 사는 즐거움이라고 그림 그리면서 깨닫는다._p60

 

_그림을 그린다는 건 세상 좀 아름답게 볼 재주를 가졌다는 뜻이다._p90

 

_인생을 사는건 라면 끓일 때, 물 맞추는 일이라고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 결국, 경험이라고 결론 내린다._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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