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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평점 :
_나는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내가 왜 이렇게 과감하게 굴 수 있었느냐 하면 그동안 여러 케이스를 봤기 때문이다. 문중의 여자가 유방암에 걸려서 입원하고 나니까 그동안 제사는 정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양반이 제사를 엄두도 못 내고 대책 없이 있는 집도 봤고, 부인이 먼저 죽고 나니 며느리 없는 집은 자기 부인 제사조차 못 지내는 케이스도 봤다. 결국 이 모든 전통이니 가풍이니 하는 것들이 남의 집 딸들 데려다가 자기네 조상 섬긴 것밖에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실감나게 느낀 덕분이다._p23
속 시원하게 이 땅에서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의 속을 뻥하게 뚫어주고 있었던 #즐거운어른 , 결혼에 관한 에세이를 종종 읽어봤지만 이렇게 시원하고 재미있게 뼈 때리는 글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저자 자신이 토로하듯이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의 글이라서, 한편 보는 사람에 따라 내 경우와는 다르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이 에세이는 한편 ‘어른’으로 사는 것에 대한 글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즐거운 어른이 되어 가는지, 그 결심의 계기부터 생활 속 소소한 행복들, 하루가 다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에 적응하고 요즘 세대를 받아들이는 법과 생각법 까지, 나이들어감에 대한 지혜도 함께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결혼을 했다면 더 공감대가 클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선배의 경험과 지혜를 유쾌하게 배울 수 있다.
나도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
_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랑성과 가벼운 마음가짐(평온함)에 기대는 것이라 하겠다._p49
_... 손주는 봐주는 게 당연하다고 저희 편할 대로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요즘 할머니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 루틴이 있고, 나이들어도 새로 배우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_p34
_결혼 생활에는 해피엔딩이 없지만, 인생의 끝이라고 해서 그것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노쇠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왔을 때 인생의 끝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_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