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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_캐드펠 수사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 중 딱히 이상한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 무엇도 잊지 않았고,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았다._p13
세상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인생에 더 새로울 것은 없을 것 같은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에서 15년 동안 꾸준히 식물들을 길러내면서 정적인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제롬 수사가 성녀 위니프리드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은 계시에 따라 이 성녀의 유해를 가지고 오기 위해 귀더린으로 부수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팀을 보내기로 한다. 캐드펠 수사는 이 기회에 단조로운 수도원을 벗어나 보기로 한다.
_단조로운 수도원 생활에서 경험하기 힘든 아주 중대한 사건이기에 이건 놓칠 수 없었다. 게다가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가!_p41
귀더린으로 가는 길에 일행은 왕자님과 주교님의 인가를 받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의 휴 신부는 성녀의 무덤이 어딘지 조차 확실히 모르는 듯하다. 그리고 유골을 임의로 파서 타지로 옮기는 것은 가당치도 않으며 이 곳 주민들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캐드펠이 보기에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였다.
그렇지만 독단적인 부수도원장 입장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였다. 왕자님과 주교님의 승인을 받았고 가져간다고 하면 그냥 내 줄 것이지, 무슨 이견이 더 필요할까!
결국 주민들과의 만남이 성사되는데, 지방유지인 리샤르트도 함께 하게 된다. 리사르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치에 맞는 얘기로 일행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일정은 더 길어지게 되고 급기야 부수도원장은 악수를 두게 된다. 그를 매수하려고 한 것이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어보인다.....
그러다 발생한 리샤르트 살인 사건..... 살인무기 때문에 그의 딸의 애인, 엥겔라드가 의심을 받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성녀의 유골을 가져가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누가 리샤르트를 죽였을까?
배경이 1137년이기 때문에, 지금은 익숙한 과학수사 같은 것은 애초에 그닥 없다. 그리고 한 눈에 마술처럼 줄줄 설명하는 천재도 없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많은 기질로 직관이 발달한 캐드펠 수사가 있다. 사람들의 행동과 눈빛, 균형 잡힌 사고로 차분히 살인사건을 해결해 간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 대놓고 감정이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그 덕분에 독자입장에서도 마음껏 추리해볼 수 있었다.
범인을 알고 나면, 앞의 많은 부분이 복선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즐거움도 주요 추천 포인트다.
금년 여름밤을 밝혀주고 있는 캐드펠 시리즈 5권중 첫 번째였는데, 이렇게 시리즈 추리소설을 쌓아놓고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홈즈, 루팡, 아가사 크리스티 이후로 처음이지 않나 싶다. 시대가 주는 새로움이 있었고 섬세한 저자의 문장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당연히 계속 펼쳐질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시작이였다.
역시 여름밤은 추리소설~ 기대되는 다음 책!
영드도 찾아서 봐야겠다.
_“.... 성녀께서 우리에게는 아무 말씀도 없이 여러분에게만 나타났다는 것을 저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악마에게 속으신 겁니다! 위니프리드 성녀께서는 결코 입을 여신 적이 없습니다!”_p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