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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평점 :
취향이 다른 두 책방지기가 나누는 책에 대한 서신들을 모아본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 개성강한 책러버 두 사람의 갑론을박 편지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찬찬히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_..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편지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됐을까요? 참 신기해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나와 훌륭님 모두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쾌락적인 자극제보다 생산적인 오락을 합니다. 이를테면 책읽기와 글쓰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각종 이벤트와 일거리를 만들죠._p13
36편의 책 편지들에는, 적당히 비우는 삶, 지옥을 생각하는 이유, 늙는다는 것은 늘어가는 것, 자연을 닮은 자연스러운 삶이란, 여성의 글쓰기란, 잘 살아가기 위한 읽기, 일하지 않고 일하고 싶다,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회복은 행복을 가져온다 등의 제목과 함께, 두 책방지기가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각 편에는 도서들도 자연스럽게 언급이 되며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달라도 많이 다른 두 사람이여서 중간중간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마치 알쓸신잡의 책방지기 편 같은 이 독서는 지식습득의 지적 즐거움과는 또 다른 풍성함으로 다가왔다.
편지들 사이사이에는 두 사람이 각자 털어놓은 책방 운영 십계명, 여행지에서 책과 함께하는 법, 책태기 극복법, 내 마음대로 꼽은 세계문학 베스트 5, 나만의 독서법 등, 책방을 운영하는 이들답게 책 관련 뚜렷한 개성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내용들도 정리되어 있어서,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허심탄회 하게 깊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가 있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참 행복해 보이는 책이였고, 이 두 사람이 운영하는 책방은 어떤 분위기일까 상상해보게 되고 거기 꽂혀있는 도서들의 취향 또한 궁금해진다.
책방,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가, 내가 만약 열게 된다면 어떤 도서들을 각 주제에 따라 떠올리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곳곳에 읽었던 책들도 보여서 나의 의견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다.
두 책방지기의 책 이야기, 추천하고 싶다.
_... 앞서 언급한 [붓다]의 싯다르타든 [싯다르타]의 싯다르타든 자신과의 대화에 성공한 사람들인 것 같네요. 우리도 책을 곱씹으며 읽다 보면 싯다르타의 여행에 동행하고 자신을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되는 거겠지요. 그것이 책의 힘이자 여행의 힘일 겁니다._p102
_... 세상 모든 이야기를 읽기란 불가능해 내가 좋아하는 결을 가진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이라든지, 나랑 잘 맞는 친구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이라든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이라든지요. 참고로 저는 [모비딕]은 그래픽 노블과 임성순 작가의 소설 [극해]로 간접 체험했답니다._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