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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여행이 아름다워진다 - 10년째 모스크바 거주하며 다닌 소도시 여행의 기록
이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_러시아의 진국은 차디찬 겨울이었다. 현관문을 열기 전에는 ‘흡!’하고 숨을 잠시 참아야 할 만큼 겨울 공기는 드세다._p105
생각만 해도 덜덜덜 떨리는 추위가 떠오르는 러시아, 하지만 많은 문학, 예술 작품속의 러시아는 이곳만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 횡단 열차는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 지금은 유튜브로도 접할 수 있지만 - 광활한 영토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호기심을 생기게도 했었다.
여기 남편의 학업으로 가족이 러시아에 머물렀던 시간을 책으로 낸 두 아이의 엄마가 있다. 길고 무시무시하게 추운 겨울을 지나 주로 여름에 활기찬 활동을 한다는 러시아, 이 가족은 겨울에 자동차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아이 2명이 포함된 여행일기는 이들을 향한 엄마의 따듯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저자 덕분에 톨스토이, 고골, 도스토옙스키, 푸시킨 등의 흔적을 방문하고 이들의 작품을 떠올리고, 영화 닥터지바고가 언급되고, 안나 카레니나가 글부터 그림, 발레까지 알려주고, 현지인들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스토리 등, 내 취향 포인트에 홀딱 반했다.
그러다 펼쳐지는 하얀 풍경들, 그 속의 아이들은 러시아여행기라는 것을 더 실감나게 해주었다. 엄마인 #이지영 저자가 잔잔히 풀어내는 남편이자 아빠, 아이들의 얘기는 '이런 가족여행 참 좋다'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감사함이 그곳 자연과 문화,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조용히 러시아 속에 살고 있었다.
단순히 여행이라는 관점을 넘어서 가족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예시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 물론 여행기로도 무척 서정적이고 지적이여서 편안한 러시아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춥지 않은 계절에 이 루트를 따라 한 번 가보고 싶다.
_“여보,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알아?”
“좋아해서?”
“그것도 그렇지. 근데, 여보. 난 이런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기억하고 싶어.”
정말 그랬다. 온전히 가슴에 넣어 두고 평생 선명히 지니고 싶은 찰나였다._p61
_그렇게 책만 다시 뒤적이며 아쉬움을 달래던 중 ‘아, 나는 톨스토이의 나라, 러시아에 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불현 듯 스쳐 갔다. 톨스토이의 생가에 가서 작가가 책을 써 내려간 공간을 보고 오면 내 마음이 좀 충족되지 않을까._p137
_파타고르스크는 5개의 산이라는 뜻으로 곳곳에 온천물이 솟아 나와 노인들의 요양지로 알려진 곳이다. 사람들이 한겨울에 노천탕을 찾아 병을 고친다는 호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눈 쌓인 언덕에서 펄펄 끓고 있는 온천물을 찾아갔다._p170
_좋은 어른, 따뜻한 어른. 쉬운 말인데 그거 하나 이루기가 아직도 참 쉽지 않다. 추운 겨울에 더 무르익는 친절한 어른. 오늘도 또 다짐해 본다._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