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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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살롱전 참가 자격이 자유화된 이후 첫 30년 동안에는 여성 예술가가 살롱전에 상당수 참여했으며, 그중 일부는 저명한 역사화가들에게서 훈련을 받았다._p101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도서들을 몇 권 접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해서 작품들을 만나는 것이 기쁘고, 같은 여성으로서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젠더문제나 사회적 위치 등의 차원에서 읽어내고 싶은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 연장선상에 있는 꽤 묵직한 도서를 만났다. 프랑스의 미술사학자이자 작가인, 마르틴 라카의 <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이다. 프랑스 혁명이 끝난 직후 19세기 초부터 제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100년 간의 미술사를 배경으로 여성 화가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다.

 

솔직히 대부분 몰랐던 이름들의 여성 화가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작품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소장각 책이였다. 커다란 크기에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글과 그림들은 거대한 보고서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도서들과의 차별점을 확연하게 느꼈었는데, 바로 화가들의 데뷔(?) 경로 등 과 같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배우고, 아뜰리에에서 훈련을 받고, 살롱전과 전시회 같은 것으로 세상에 내 작품과 나를 소개하고.. ... 너무 치열해서 그들의 노력과 세월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일어났다.

 

이런 도제식이 대부분이였으니, 당시에 여성이 화가로서 세상에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바로 그 숨통을 좀 트여준 것이 살롱전 부터라고 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예술분야는 이름과 작품들을 알리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인데, 당시의 이런저런 장치들에 대한 내용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또한 여성 화가들이 어떻게 작품을 완성해 갔는지, 당대 평가들, 작품의도와 기법 등까지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수록된 작품들을 자세히 살피며 감상할 수 있었던 점도 내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화가가 빛을 못 본 것을 오롯이 사회적인 환경만을 이유로 들고 있지 않는 것도 자료로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런 이들 조차 미술사에서 지워졌지만 말이다....

 

 

이 책의 방대한 내용을 다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시대를 잘 분석하여 여성 화가들이 잊혀진 이유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그 안의 모순으로 지금 시대와의 비교도 해보게 하고 있었다. 아마도 과거를 통해서 현재의 방향성을 찾아보는 것을 숙제로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화가였지만 여성이여서 그 발자취가 지워진 이들을 기리고자 하는 저자의 애정이 담긴 소중한 책이였다. 아름다운 책이다.

 

 

_남성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여성 예술가에게도, 살롱전의 이러한 중심성이 평판이나 미학적 선택의 측면에서 화가의 경력 개발과 관리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방해가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19세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예술 활동의 중심이 살롱전 이었던 만큼 이를 통해 얻는 이익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_p79

 

_에밀리 샤르미는 대담한 붓질, 분명한 색채, 미완성된 표면 등을 통해 소위 야수파남성 화가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때로는 더 뛰어난 방식으로 꽃다발에 접근했다. 그러나 질 페리가 지적한 것처럼, 비평가들은 꽃 그림에서 야수의 의미와 어울리고 모더니즘의 기준과 일치하는 과격하고 남성적인 힘의 발현을 보았음에도, 여성 화가들의 꽃 관련 작품에서는 색채에 대한 전적으로 여성적인 감수성만을 보았다._p139

 

 

_"주부를 공격하는 촌극은 이제 그만두자. 모든 여성이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여성이 국회위원 자리를 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여성은 극소수이고, 그들은 가정에서 아무것도 빼앗아가지 않는다. 여러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자신도 부유했지만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부유한 소녀들에게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리고 .... 우리가 여성 화가들이라고 묶어 생각하는 복수형 가운데서 개별 화가의 여정을 잊지 말라고 했다._p269

 

 

_그들이 여성임을 반복해 말할 것이 아니라, 여성 예술가 개개인이 생각하고 지각하고 느끼는 존재로서 각자의 독특하고 유일한 궤적을 따르면서 다른 세상의 시공간을 어떻게 탐구했는지, 그리고 한 획 한 획 붓질을 하고 한 점 한 점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어떻게 찾아갔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것이 미술사다._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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