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주부의 일기
수 코프먼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 여성을 미치게 하는가!”.. 이 질문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계속 되는 화두.... 이 화두를 초창기에 다룬 <미친 주부의 일기>, 미드 위기의 주부들의 모태가 된 소설이라고 해서 얼른 뛰어든 책이다.

 

이 소설은 가정주부 티나의 일기 형식의 글이다. 그녀는 다들 부러워하는 워너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 우룰 같은 증세에 티나는 자신이 미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매일의 기록을 적어보기로 결심한다.

 

_그래, 여기에 기록하면 감정을 쏟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보는데 도움이 될성싶다. 일어나는 일들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기록해놓고, 언젠가 이걸 다시 읽으면 반복되는 행동의 규칙을 발견하고 지금 내 상태의 원인을 설명할 만한 힌트를 찾을지도 모른다._p14

 

 

티나도 한때 자신의 꿈을 쫓아서 노력했었으나, 좌절을 겪고 자신은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서,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가정을 가지기로 결심하게 되었었다. 당시 주변의 조언들도 온통 주부로서의 삶을 추구하라는 것 뿐이였다. 그래서 비서일을 하며 남편감을 찾아 나섰었고 조너선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야심가 남편 조너선은 갈수록 티나에게 요구사항들이 많아진다. 시사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지만 티나는 신문을 읽으면 우울해진다고 답한다. 조너선은 가부장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 아내의 겉모습도 통제하려고 한다.

 

_내가 조너선과 이혼하고 싶거나 조너선에게 이혼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가 뛰라면 나는 뛰는 거다._p145

 

 

섬세한 주인공의 심리표현과 주변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릴러 장르가 아님에도, 금방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마치 빵빵하게 공기가 들어차서 터지기 일보직전의 풍선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해소법으로 외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 남자 역시나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결국 이것은 해결법이 아니였던....

 

결말도 시원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현실적이였다. 그래서 더 명작이라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나는 솔직히 종종 이런 삶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이런 나의 부러움이 그 근본에는 사회적인 통념과 그물망, 안전지대, 복지와도 관련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차려진다... 아직도 진행 중인 페미니즘으로 치부되는 이런 상황들이 답답하다.. 하지만 소설은 술술 읽힌다. 재미있다. 이 보이지 않는 긴장감에 모두 빠져보시기를, 그리고 서로 얘기 나눠보시기를!

 

 

_눈을 감고, 완벽한 주부로서의 나, 효율성의 여왕인 나를 상상하는 것이다. 내 가슴을 진정시켜 나를 꿈나라로 돌려보내주는 상상 속 내 모습은 조금 우습다._p94

 

_한동안 내가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면(약발과 의지를 모두 끌어모아) 조너선의 감시에서 벗어나 숨 좀 돌리며 여전히 망가져 있는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했다.

잘도._p143

 

 

_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로 했다. 조너선 말이 옳다. 봄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인들 안 일어나랴. 그래서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씻은 다음에 침대에 앉아 라흐만에서 산 렉스 스타우트의 소설을 두 시간 읽고 불을 껐다. 프루스트를 포함해 명작들은 전부 서재의 책장으로 돌려놓았다. 멀리, 멀리, 저 멀리.

 

 

_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만큼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고. 이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져서 온갖 어리석고 우울한 고민들이 가뭇없이 사라졌다..._p3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