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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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내게 따듯한 타월을 건네거나 혹은 필요한 게 있는지를 물을 때 그녀는 항상 내 손등에 자기 손을 살며시 올려놓고 말을 했다. 특별히 상냥한 목소리를 하거나 말을 길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손의 언어를 통해 나는 그녀의 진심을 건네받은 느낌이었다._p49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15살 때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 지금은 보지 못하는 저자 조승리의 에세이다.

 

어떻게 후기를 써야할까? 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저자는 그동안 겪고 생각하고 느낀 바를 다양한 언어로 풀어놓았는데, 볼 수 없는 화자의 관점에서 읽어지는 경험을 하며 내 감각의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졌다.

 

읽다가 문득 내가 북받쳐서 펑펑 울기도 하였지만 결코 동정심이나 이런 것이 아니다. 공감되는 지점에서 뭉클해 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자는 담담하다 못해 명쾌해서 그 건강함에 시원해지기까지 했다.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어떻게 보고 소통해야 하는 것일까? 감각의 장애가 없음에도 불통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자연스러운 교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사는 모습은 마음이 기반이고 다 비슷한 것이 진리인가 보다. 역시나....

 

 

공감이 되어 위로받았고, 시원한 내지름에 나까지 마음을 담을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참 좋다.

 

 

_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식은 내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함께 아파하는 것이었다._p100

 

_평상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내뻗으며 내 젊은 영웅을 흉내내본다.

한 방이면 끝나!”

두 주먹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따뜻한 손이 가만가만 내 등을 쓰다듬었다.

 

당숙모가 쓰다듬는 것은 철없던 우리의 과거였다._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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