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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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MANIAC #매니악

1. 미치광이, ~

2. 수학 분석기와 숫자 적분기 및 계산기, Mathematical Analyzer,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의 줄임말로, 존 폰 노이만이 만든 컴퓨터의 이름

3. 세계사에 격변을 일으킨 천재들의 광기 어린 정신세계로 당신을 안내하는 이 소설의 제목_

 

 

<매니악>, '우리는 왜 천재들에게 열광하는가?' 하는 동경어린 생각으로 집어들었었는데, 문명사와 함께, 과학의 최전선에 있었던 천재과학자들의 활약과 고민, 모순들, 그리고 뜻밖에 이세돌의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마무리 하고 있었다.

 

소설형식으로 풀어져 있는 사실과 픽션의 사이를 오가는 저자의 박진감 있는 문체와 다양한 화자에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과학자들이 주요 인물들이다보니 전문적인 내용에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들도 꽤 있었다.

 

1장에서는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의 죽음으로 시작하며, 2장은 최근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존 폰 노이만을 두 명의 아내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챕터에서는 폰 노이만이외에도 과학사에 기록된 천재들도 등장하고 있어서 '매니악' 에 수렴하면서도, 존 폰 노이만이 만든 '매니악' 에 담긴 의의, 그리고 그 과정에 담긴 인문학, 과학적 사유가 인상적이였다. 왜냐하면 이 측면에서 지금의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인간에 관한 고민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의도하는 바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과학사 이야기책과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였다.

 

그리고 작년에 큰 관심을 끈 영화 '오펜하이머' 의 원자폭탄관련의 이면에 있었던 존 폰 노이만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어서 이 영화를 떠올리며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2장에서는 천재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깨게 되는 지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거.... 가족은 너무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_".... 기술력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 성과이고, 과학은 지극히 중립적이어서 어떤 목적으로든 쓰일 수 있는 통제 수단을 제공할 뿐 모든 사안에 무관심하지. 어떤 특정한 발명품의 비뚤어진 파괴력이 위험을 초래하는 게 아니야. 위험은 원래부터 내재해 있지.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어."_p297

 

 

 

이어지는 3장에서 이세돌의 알파고와의 대국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세돌을 통해서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한 진보의 끝(?)에서 느끼는 바를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느껴서 인지 3장의 마지막 페이지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_"... 바둑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달라졌어요. AI가 도래하면서 바둑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버렸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에요. 알파고는 나를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무너뜨렸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바둑을 뒀지만 은퇴는 진즉에 결심했어요. AI가 등장한 후로는 내가 최정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복귀해서 미친 듯이 노력해 최고의 바둑 기사가 되더라도, 최고일 수는 없어요. 세계 최고가 되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까요."_p402

 

 

사실 읽는 내내 이것이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교하게 저자의 생각이 잘 버물려져 있었다. 인류의 진보를 이끈 천재과학자에 놀라면서도 그 냉소적인 면에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주는 정신적인 영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바둑이 더 이상은 우리가 아는 바둑이 아니게 되는 내용, 기계가 인간의 실수까지도 모방해낸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3장의 마무리는 어떤 소설의 끝보다도 더 충격적이였다.

 

깊이 있는 과학논픽션 소설을 찾는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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