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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
김민재 지음 / 시선과단상 / 2023년 11월
평점 :
_‘정’ 이라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그 사람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해서, 곁을 떠나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쉽게 떠나질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_p73
한 사람이 내게 오는 것은 한 세계가 온다고들 한다. 그 세상을 한껏 글로 옮겨놓은 듯한 김민재 산문집,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
가만히 눈밭에 놓인 저자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기분으로 읽었다. 때론 멈추고 때론 무시하고 때론 공감하면서 보낸 시간들은 읽는 이들에게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게 하는 듯 했다.
애써 보내버렸던 시간들도 함께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 살짝 위로를 받았다.
조용한 겨울밤에 참 잘 어울렸던 일기장 같은 책이였다.
_... 혹시나 지금의 내가 하는 노력들도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았을 때, 지금처럼 또 이렇게 후회로 남아있을까 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부딪히는 것에 대한 용기가 많이 사라졌다. 상처가 생기는 것이 무서워졌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용기 내어 무작정 달려들어서 열심히 해내려고 했던 과거의 모습이 그립다가도 바보 같기도 해서 혼란스럽다. 어떤 모습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_p47
_눈 사랑:
하루 종일 쏟아지는 눈이 마치 사랑 같다.
이만큼 펑펑 쏟아져 내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전부 사라지고 만다._p142
_버려진 ‘나’ 는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저도 좀 신경 쓰고 챙겨주세요” 라면서 손을 흔들며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_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