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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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선거 후에 잠수 탄 친구가 있었다. 그 허망함을 알기에 가만히 연락오기를 수개월 동안 기다렸었다. 한참 후에 얼굴이랑 봤지만 그때 없앤 카톡을 여전히 만들지 않고 있다. 그때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커서 그렇다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떠올랐던, 조선희 장편소설, <그리고 봄>. 이 대통령선거 이후 1, 4인 가족의 변화이야기이다. 봄은 엄마 정희, 여름은 딸 하민, 아들 동민은 가을, 겨울은 아빠 영한, 그리고 봄은 정희, 이렇게 각자의 시점으로 각자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가족끼리도 하지 말라고 했던가? 다른 이를 찍은 4명의 다른 생각과 의견으로 살벌하기까지한 대화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결혼, 젠더문제, 취업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은퇴와 건강 등의 문제들까지 너무나 촘촘하게 등장시켜서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한꺼번에 봐버린 느낌이였다.

 

평범한 한 가족이지만 우리를 대표하는 듯 했고, 정치적 이슈 때문에 갈등을 겪지만 다른 눈앞에 닥친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에 공감했다.

 

조선희 작가는 그냥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마지막 챕터 그리고 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말하고 있었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봄에 대하여 등장인물들이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너무 정치색이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또 이것 이라는 것은 경제, 복지 등의 메카니즘만 알아도 모를 수가 없다. 관련된 내용들을 소설에 녹아낸 저자가 대단해 보였고 적당한 깊이에 읽기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점도 높이 사고 싶은 소설이였다.

 

 

_가끔 새로운 골칫거리가 묵은 골칫거리를 밀어낸다.

어떤 이질적인 이슈가 다른 심리적 이슈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는 일이 종종 있다. 이슈의 신진대사라고 할까._p73

 

_동민은 몸통이 밟혀 찌그러진 통기타를 들고나와 목을 잡고 화단 모서리에 몇 번 내리친 다음 발로 몸통을 밟아 잘게 조각냈다._p172

 

_영한은 1959년생이었다. 자랄 때는 전쟁이니 해방이니 식민지니 하는 것들이 완전 옛날얘기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전쟁이 불과 6년 전이고 해방이 14년 전이었다. 동민이 95년생이니까 80년 광주가 15년 전, 그러니까 얘네한테 광주 5.18이 우리한테 태평양전쟁이나 마찬가지네. 그게 그렇구나. 우리가 전후세대인 것처럼 동민은 민주화 이후 세대 아닌가._p248

 

 

_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죽은 땅에서 아카시아를 피워낸다. 정희는 중학생 때처럼 다시 명랑해지고 싶어진다._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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