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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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천경자의 여인들은 항상 머리에 화려한 화관을 쓰고 있는데, 이는 어릴 때 동네에서 보던 미친 여자들에게서 착상한 것이기도 하다. 천경자는 이 여인들이 착하고 슬픈 병에 걸렸다고 표현했다. 환상이 현실이 된 여자들은 머리에 늘 꽃을 꽂고 있었다. 천경자는 그들에게서 애잔한 아름다움을 느꼈다._p78

 

_발라동의 1920년 작품 [빨간 소파 위의 누드]를 보면, 한 여인이 빨간 소파 위에서 벌거벗은 채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다. 20세기 초의 그려진 그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여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이 여인에게서 남성적인 힘 마저 느껴진다. 당시 이 그림은 여성 작가가 그린 여성 누드라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에 충격을 주었으며, 남성 화가도 그리기 쉽지 않았던 여성의 체모를 그대로 드러내 큰 파문을 일으켰다._p109

 

 

_카미유의 작품에서 샤쿤탈라는 남자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살포시 얹어놓았다. .... 그녀의 표정을 보면 기다림에 지친 듯도 하고,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걸 맡기고 기대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무릎을 꿇은 두샨타왕은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그녀는 관능적으로 포옹한다._p154

 

_또 카미유는 세 사람 모두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야 말고 삶의 순환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찰이다. 그 세 명의 인생을 우리는 순차적이든 동시적이든 다 살게 될 때가 있다. 결국 다른 층위의 삶이 서로를 가로지르며 죽음이라는 완성을 향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운명 아니겠는가._p159

 

 

 

뜨거운 여름을 건너 가을로 넘어오는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예술관련 도서를 긴 호흡으로 읽었다. 여성화가 12명의 작품을 통해 독자를 안내하는 <매혹하는 미술관> 이다.

 

4파트로 나눠서, 조지아 오키프, 마리아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모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12인의 화가 작품들 특징과 시대와 맞물린 흐름, 저자의 덧붙임까지 꽉 채워진 내용들로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이였다.

 

대부분이 낯선 화가들이였지만, 역사를 통해본 여성의 삶이 그러하듯, 보수적인 예술계에서 꿋꿋이 자신의 뜻을 그림으로 표출해냈다는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파격적인 행보로 그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의 길을 닦아놓은 여성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같이 다 흥미롭게 읽고 감상했지만, 특히 조지아 오키프의 확대된 꽃 작품들과 카미유 작품들에 대한 몰랐던 내용들, 그리고 눈을 뗄 수 없었던 케테 콜비츠의 검고 하얀 그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게도 영감을 준 챕터들이였다.

 

 

결론적으로,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추천하고픈 책이다. 여성작가들을 긴밀하게 알 수 있다는 점도 사회학적 예술학적으로 권하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글이 감상적이면서도 자세한 서술로 풀어져 있고 재미도 있어서 누구나 막힘없이 빠져들 수 있는 예술서이다. 누가 알겠는가! 12인 중에서 를 발견하게 될지...!

 

 

 

 

 

_.. 중국 현대미술은 꾸준히 성장했고, 특히 여성 예술가들은 누드를 매개로 자신의 경험과 관점과 여성 의식을 통합하기 시작했다._p175

 

_마리기유민 브누아가 그린 흑인 여성은 노예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당하고 기품있다. .... 어깨선으로 흐르는 고급스러운 흰 천은 검은 피부를 더욱 부각하며, 한쪽 가슴만을 노출한 자세는 그 이유를 묻게 한다._p192

 

_“나는 병이 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은 행복했다.”_p216

 

 

 

_미술의 탐구의 대상이다. 어쩌면 아무리 탐색해도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미술은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언제든 다시 새롭게 태어날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_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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