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평점 :
_남편은 이제 돈이 많아서 의사를 1000명 더 동원해 나를 누워 있게 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내 덕분에 부자가 됐지만 남편은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 싫어한다. 첫째로는 여신의 능력, 다음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_p14
‘아킬레우스의 노래’로 2012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하고, ‘키르케’를 통해 마녀, 유혹자로만 치부되었던 키르케를 재탄생시키며 신화 속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던 매들린 밀러를 이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로 다시 만났다.
<갈라테이아>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속의 피그말리온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옛날 키프로스에 창녀들을 보고 음란하고 파렴치하다고 경악하는 피그말리온 이라는 조각가가 있었는데, 그런 것에 환멸을 느껴서 완전무결한 여인을 상아로 조각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고 여신의 도움으로 생명을 얻은 이 여인상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고 공연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속의 환상은 철저히 남자위주의 시각으로 ‘착한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발상,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여성의 현실보다 우선시되는 남성의 환상’을 담고 있다.
이 소설 <갈라테이아>는 용감히 고착된 굴레를 벗어나게 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정면대결보다는 지혜를 택한 이 여인은 딸이 같은 운명이 되기를 바라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용기가 났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 더 편하겠으나, 인간은 그 자체로 누구나 한 객체로 존재하며 딸은 트리거였을 거라는 설명으로 정리하고 싶다.
여자아이라고 하면 순종하고 얌전한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결같은 분위기에 한 번 더 한 숨을 내쉬며, 그럼에도 자신의 고유색을 드려내며 고분분투하고 녹록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_“그러게, 도망치지 말았어야지.”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당신이 떠나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날마다 당신이 다시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요. 당신은 내 남편이자 아버지이니까요.“
“어머니이기도 하고.”
“맞아요, ....”_p23
_아이는 방에서 나갔고 남편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의 태도에 이를 갈았다.
“당신은 나보다 저 아이를 더 좋아하지?”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요._p31
_...나는 게들이 어떤 식으로 하얀 내 어깨를 넘어 그를 먹으러 올지를 상상했다. 해저는 모래가 깔려 있어서 베개처럼 푹신했다._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