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수 년 전 내게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에 대한 이미지를 낭만적으로 각인 시켰던 <냉정과 열정 사이> 의 두 작가 중 블루를 쓴 츠지 히토나리, 이번에 코로나 이후 첫 에세이를 내놓았다. 바로 아들과 함께 보낸 3000일 간의 파리생활일기다.
‘냉정과 열정사이’ 속, 그의 파트는 뭔가 너무 단정해서 차갑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었는데 - 당시에 다른 버전에 더 많은 공감을 했었다 - 이 에세이 속의 츠지 히토나리는 세상 섬세하고 다정하다. 아들이 14살이였던 2018년부터, 18살 2022년까지의 기록은 코로나 상황을 품고 있어서 두 사람의 생활을 더 내밀하게 엿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인 저자를 따라가다보면 기성세대 우리의 관점이 보이고, 여기에 뜻밖의 화두를 던지는 아들을 쫓아가다보면 이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읽으면서, 그렇게 아버지와 어른, 그리고 아들의 친구가 되어가는 화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절대 허투루 적지 않았고 역시나 무척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지루함 없이, 티키타카하는 두 사람과 신선한 파리생활, 그리고 뜻밖의 요리들과 음악 같은 문화적인 면들도 만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다는 저자의 아들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누구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할 듯싶다.
참 재미있으면서도 일상의 깊이를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누군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_여행지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다. 대화할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집에서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걸까._p25
_"아빠, 뭐 마실래? 커피라도 끓일까?“ 그래서 깨달았다. 어쩌면 아들이 쓸쓸한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있었기 때문에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무심코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럴 때도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다 말고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_p131
_아들은 ‘본심은 터놓을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뭐든지 말할 수 있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한다._p237
_"우리는 걸으면서 이런저런 추억담으로 꽃을 피웠다. 이런 내용을 쓰면 여러분은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반항기 사춘기 아들은 그곳에 없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한 온화한 한 청년이 서 있었다.“_p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