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진정성 -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36편의 에세이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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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극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있음과 없음을 상극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유와 무를 빛과 어둠에 적용하면 유는 빛이 되고 무는 어둠이 된다이 둘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고 어떤 중도의 현상이 있음을 받아들였다.

... 그늘은 빛이 없는 상태나 부분이 아니다그늘은 빛도 어둠도 아닌즉 빛과 어둠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없는 상태다빛과 어둠의 개념적 대립 자체가 무의미하다이러한 그늘은 극동아시아 전통건축의 미학과 연결된다._p97

 

_로스는 집을 몸을 감싸는 옷이라 생각했다신체에 바로 닿는 옷처럼 거주자를 감싸는 공간을 구상했다로스 자택 침실은 온통 털로 뒤덮였다바닥은 두꺼운 카펫으로벽은 커튼으로 가렸다딱딱한 건축 재료는 보이지 않는다그에게 침실은 공간 옷이다._p142

 

 

건축예술로 만나철학심리로 마무리한 듯한 책을 만났다여러 공간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산문집으로내용은 3파트, ‘거닐고 머무름’, ‘빛과 감각’, ‘기억과 시간’ 으로 나뉜다. 2011년에 나온 [공간 공감]을 개정해서 이 <공간의 진정성>을 냈다고 하는데, [공간 공감]은 건축대학에서 진행한 강의와 학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도서다.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36편의 에세이를 통해 예술작품을 통한 공간에 관한 사유기억을 가진 건축물들을 읽어보고오감으로 공간과 분위기를 탐닉해본다.

 

거닐고 머무름 에서는 사는 공간인 <원시 오두막>, <류이주 영정>, 오미동 마을에 있는 집 그림이란 뜻의 <오미동가도>, 블라스 주택과 미술관 등 공공 장소를 통해 인간과 공간 구성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묘한 감각의 희열이 느껴졌던빛과 감각 파트에서는빛과 어둠분위기를 예술작품들을 통해실험을 통해또는 오감을 가지고 진정한 공간의 색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읽어도 읽어도 새롭게 느껴졌던 파트다.

 

마지막기억과 시간은 아마도 최종적으로 공간이 인간에게 갖게 되는 의미일 지도 모르겠다같은 건축물을 보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시간이 흐름에 따라 목적성을 달리해서 새로 태어나게 된 테이트 모던 과 같은 장소들시간의 흐름을 담은 미술가 김아타의 <8시간 시리즈>, ‘온에어 프로젝트를 통해 본 불교의 공즉시색에드워드 호퍼 작품노이에스 무제움을 통한 공간의 템포의 차이점 등세 번째 챕터도 무척 인상 깊었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아서 읽으면서도읽고 나서도 뿌듯한 충족감에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독서중에 접한 이미지들도 정말 인상적이였는데 이 책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사진들을 많이 덜어냈다고 하니참 아쉬움이 남는다나머지 사진들은 어떤 것이였을까?

 

아마도 모두 다 읽고 나서는 공간이 얼마나 우리의 몸과 마음공동체와 역사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그 공간이라는 것이 단순히 자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빛과 그늘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분위기 등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당장 내가 앉아있는 여기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호불호 없이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공간과 형상은 우리를 모이게도 흩어지게도 한다마주보게도 하고 등 돌리게도 한다하나의 작은 바위가 특정한 자세와 사람 간의 관계를 유도한다규모가 커지면 점점 더 많은 사람크게는 마을 공동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_p56

 

_..<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다한 여인이 창가 책상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다왼쪽에서 들어오는 약한 빛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싼다여인이 입은 푸른 옷벽에 걸린 갈색 지도군청색 의자는 모두 원래의 색감을 잃고 은은한 아이보리색 빛으로 흡수된다._p102

 

 

_침묵의 저수지는 밖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물이 나를 통하여 하나의 큰 저수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 그저 모든 것이 하나의 침묵메마른 침묵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상으로서의 침묵 그 자체인 것 같았다._p118

 

_장소와 인간의 관계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 진정한 장소는 삶과 삶이 모여 점진적으로 구축된다자연건축이 어우러지고세월이 흐르며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다._p170

 

_도시와 건축공간에서도 시간은 동일하게 체험되지 않는다. .... 공간마다 경험의 템포는 다르다._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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