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종종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고 혹은 지우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지 서로 묻곤 한다. 아마도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듯한 소설을 읽었다. 한국 소설 최초 팽귄랜덤하우스UK에 최고가로 수출 계약을 했다는 윤정은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예쁜 책표지부터 내 눈을 사로잡았다. 시작도 참 예쁜 한 쌍에서 그들의 딸, 한 소녀로 이어진다. 두 가지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 소녀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깨닫기 전에 우연히 능력이 표출되어 버린다. 그리고는 엄마와 아빠가 보이질 않는다. 자신의 세계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꿈이라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였고, 그 이후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죽고 태어나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소녀는 어두워지고 지쳐가고 있었다.
벌써 백만 번째가 되었을 때.... 동네 메리골드에 머물러보기로 결심한다. ‘먼저 슬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제대로 익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일을 하고 나서 꿈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사용해야 해요...’ 라고 기억되는 아빠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마음 세탁소를 만들게 된다.
[마음 세탁소]
[모든 얼룩 지워 드립니다. 명품 드라이 크리닝]
“이곳에 들어오면 마음을 회복해서 돌아가는 거야. 마음의 얼룩을 세탁해서 나무의 나이테처럼 마음 나이테를 만들어 돌아가면 좋겠어.”
손님들의 세탁을 위해 매일 차를 끓이는 이 소녀의 이름은 지은, 여기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금 보다 어렸을 때는 돌아갔으면 하는 시점도 후회되는 결정도 확실해서 비교적 그 답이 뚜렷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만약 존재한다면 한번은 꼭 들르고 싶은 장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였다. 가만히만 있어도 꼬인 마음이 술술 풀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이 곳... 내 인생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후회가 결코 실패가 아님을 알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가는 시간이였다. 참 순한 소설 한 편이다.
_“상처를 지울 수 있으면, 그럴 수만 있다면 마침내 오고야 말 행복을 우리도 만날 수 있을까?”_p49
_“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_p55
_연자가 천천히 위로 차를 마시기를 기다린다. 차를 반쯤 마셔야 마음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때론 마법보다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더 깨끗하게 세탁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_p164
_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그토록 긴 불행의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_p173
_오늘은 자신을 위한 마음을 듬뿍 담아본다. 찻물이 끓을 동안 옷을 갈아입은 지은의 곁에 꽃잎들이 낮게 흘러 다닌다. 눈을 감고 양손을 들고 지휘하듯 차가 들어간 솥으로 꽃잎을 흘려보낸다. 오늘은 마른 찻잎이 아닌 생 꽃잎으로 차를 끓인다._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