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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하타노 도모미 지음, 임희선 옮김 / &(앤드) / 2023년 7월
평점 :
_“..... 그래도 서로 힘이 되어 주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은 굳이 남자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어요. 그렇다고 친구랑 같이 사는 건 어딘지 좀 번거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요. 이 가게를 그만두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구나 싶어요. 평균 수명을 따져 보면 아직 절반도 안 살았는데. 도대체 무얼 위해 태어나서 무얼 위해 살아가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꼭 해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_p34
제본도 안 된 상태로 이 원고를 받았을 때는 이런 곳이 있어서 살았으면 싶기도 했다. 헌데 책으로 받아보니, 각 인물들에게 더 눈이 간다. 처음에는 좀 더 사적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삶에 더 집중한 셈이다.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만 사십 세 이상의 독신 여성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주인공은 임시직을 전전하며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팬데믹 등으로 달리 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유명 작가부터 약국 사무원, 커리어우먼, 간병인 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셰어하우스지만, 어색함을 넘어 이들과 음식과 마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응해 간다. 한편 팬데믹과 함께 운영에 문제가 생겨서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게 되어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 불안정한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식당이 주방장에게 인수되어 겨우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40대의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무척 현실적이라서 그저 소설이다 하면서 넘어가기 힘들었다. 마음이 가는 이가 있어도 주인공처럼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봤었던 한국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를 다시 챙겨보게 되었다. 여기도 셰어하우스 형식이지만 20대라는 것이 차이점이였다. 우연히 맞물려 읽고 보게 된 두 세계의 온도차가 심하게 느껴져서 나이에 대한 상념에 새삼 젖어들게 되었다.
어느 시절이 더 좋다 나쁘다 희망이 있다없다로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보다보니, 마음, 생각 맞는 이와의 연대는 40대부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럭셔리한 소위 골드미스가 아니라, 가난과 노동현장에 있는 독신여성, 개인사업자들의 위기까지 현실반영이 된 스토리여서, 어떻게 고민들을 나누는가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시간이였다.
처음보다 이번 독서가 좋았고 공감되는 소설이였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런 곳이 있다면 살아보고 싶은 곳,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였다.
_지금 사는 아파트 월세도 더 이상 감당이 안 되고, 일시적으로라도 부모님 집에 몸을 의지할 여건도 안 된다.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마음을 굳게 먹으며 미닫이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_p9
_“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이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반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왜 오랜만에 여기 올 마음이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걸 물어볼 정도의 사이였던가?_p69
_"계속 알바로 일하면서 남자도 사귀지 못할 거면 뭐 하러 살아요? 나중에 알지도 못하는 아줌마들이랑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응?”_p225
_"그래도 나한테는 소설이 있었어.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연인도 없지만, 책들에 둘러싸여 있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었지._p302
_밤하늘에 둥근 달이 떠있었다. 내 성인 ‘모치즈키’도 내 이름인 ‘미치루’도 보름달을 뜻한다.
그런데 내 인생은 내 이름처럼 행복으로 가득 한 적이 거의 없었다._p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