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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후의 심판 + 두 개의 세계 + 삼사라 + 제니의 역 +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한이솔 외 지음 / 허블 / 2023년 5월
평점 :
챗GPT, 인공지능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 접했었던 기술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성큼 우리의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 당장 작년말에 얼굴을 내민 챗GPT의 경우, 매달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고, 프롬프트를 심도 있게 적용하고 있는 이들은 정말 영화 속의 종말도 올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최근 윤리강령에 모두 동의하고 싸인을 하게 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정도를 제대로 알기 힘드며, 어쩌면 그 가능성들을 과학문학을 통해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은 한이솔 작가의 ‘최후의 심판’ 이였다. 가까운 미래, 마침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심판체계에 대한 내용이였다. 이름은 솔로몬으로 초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솔로몬이 내린 판결을 불만을 느끼고 인간이 이를 재판에 올린다. 그 재판과정상의 오고간 논증들이 주 내용이였는데, 이는 인간이 타고난 모순점들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철학서 같았던 소설이였다.
그리고, 신비한 SF공포영화 같았던 박민혁 작가의 ‘두 개의 세계’... 언젠가 봤던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 갑자기 떠올랐던 이 소설은, 오염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 동식물권 문제를 환기시키는 내용이였고, 나무가 된다는 달콤하면서도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영혼의 유무까지 확장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었던 인공수정에 대한 내용, 조서월 작가의 ‘삼사라’, 곧 우리네 농촌도 이런 모습이겠다 싶었던 최이아 작가의 ‘제니의 역’, 그리고 한 편의 독백으로 이뤄진 심리소설 같았던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가 이어지고 있었다.
SF장르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렇게 깊이 생각하며 읽을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과 현실대입을 하면서 마친 독서였다. 예전에는 이런 소설들이 단순히 상상에 그쳤다면 이젠 당장 그 도덕적 인문학적 기준점들을 잘 마련해야할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일 것 같다.
기준점들은 인류의 성숙도에 비례할 것인데...... 그래도 긍정적인 미래를 꿈 꿔 본다.
작가노트를 읽는 즐거움도 컸던 책이다. 추천도서로 리스트 업!
_솔로몬: 내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검사의 일방적인 믿음이고, 나의 존재 특성과는 무관합니다. 나는 지능입니다. 지능은 판단 능력을 포함합니다. 판단은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정하는 능력을 포함합니다._p41
_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만 명에 달하는 인간의 아이들이 삼사라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 보육기와 아기 침대에 뉘어졌다. 그러나 그중에서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_p179
_리메이. 머릿속이 텅 빈 기분이야. 하나도 잃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이 내 것 같지 않다. 눈물이 차오르는 기분인데, 나는 이미 알고 있어. 내가 눈을 어디에 거세게 부딪치지 않는 한 눈물이 나올 일이 없다는 것._p261
_제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재밌는 글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빠져들고 다 읽고 나니 이 떨림은 뭐지, 싶은 감정이 가슴에 남는 글. 이런 소설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날이 제게도 올 것이란 믿음을 갖고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_[최이아의 작가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