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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
구본우 지음 / 모베리 / 2023년 5월
평점 :
죽음의 문턱에 선 동물들을 지켜주는 이들은 누구일까? 인간과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의 끝에 있어주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 중 한사람인 구본우 수의사가 동물병원에 오게 된 생명들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귀엽고 달달한 사연들을 기대하며 이 책, <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를 연다면 큰 오산이다.
개, 고양이부터 비둘기, 뱀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사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백하건데, 읽을수록 정독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마음 아팠기 때문이다.
학대로 장애와 병을 가지게 된 반려동물들, 몸에 성한 곳이 없었던 노숙자의 강아지, 버림받은 아이, 세상을 떠난 보호자뒤에 남겨진 녀석들, 파양된 반려동물들,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아이, 보신탕 한다고 주인네에게 머리를 망치로 맞고 극적으로 구출된 아이..... 덫에 걸려서 다리손상이 커진 상태에서 온 고양이, 끝내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꼬물이들.. 목에 뱀을 감고 나타난 손님, 구조해 와서 10년을 보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 등...
너무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아서 페이지를 막 넘기다가, 저자의 따뜻한 그림들로 숨통이 트이면서 끝가지 읽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색감도 예쁜 그림들마다 애정이 뚝뚝 흐른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을 그려주다가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는 이 수의사는 정말 존경스럽다. 그리고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도와줘야하나’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토로하고 있어서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의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물들에게 참 미안했고, 도와주는 이들에게는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나도 함께 그림으로 위로 받을 수 있었다.
_우리 병원의 인상파 고양이 알렉스. 10시 10분 찢어진 눈매는 언제나 불만 가득하고 사나운 인상으로 오해하게 만들지만 그건 정말 오해였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알렉스의 어수룩한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금세 웃음 짓게 되기 때문이다._p98
_그러나 구조자가 기본 매너가 없는 경우 그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무조건 도와줄 수는 없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무시하거나 알지 못하고 동물병원은 돈만 주면 무조건 치료해 줘야 한다거나, 길에 있는 불쌍한 아이를 구조했으니 무료로 치료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동물에 대한 복지 개념이 높아질수록 구조자나 보호자, 병원 간의 매너도 점점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_p111
_절망 끝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마비로 인해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던 번개가 점차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비틀거리며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번개의 영상을 전해 받으며 번개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번개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모두의 꺾이지 않는 간절함이 절망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_p163
_사람도 동물에게 치유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으며 사는 존재가 아닐까._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