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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ㅣ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평점 :
_구멍이었다.
가슴에 구멍이 하나 생겨 있었다._p26
아기들이 늘 쌍둥이로만 태어나는 마을에 고고가 홀로 태어났다. 다행히 다른 가정에서 또 다른 홀로둥이가 하나 태어난 바 있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안도했다. 왜냐하면 ‘한 배에서 난 동갑내기끼리 평생 한 ’켤레‘를 이루며’ 사는 이 곳에서는 그해에 태어난 홀로둥이끼리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같은 해, 다른 홀로둥이가 없다면 가족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짝지어진 고고의 동반자는 노노였다. 하지만 노노는 새가 되는 병이 결렸고 그렇게 노노는 떠났다. 혼자가 된 고고는 마을에서 쫓겨나 숲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구멍, 가슴에 구멍이 생겼다..... 사라지지 않는 이 구멍을 치료받기 위해 협곡인들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고고에게 구멍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고고는 인정할 수가 없다.....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협곡인들의 치료소를 나와서, 날아올라가 들르게 된 남반구, 이곳에서는 소인들을 만나게 된다. 고고의 구멍 안으로 ‘금’ 이라 불리는 소인이 들어가게 된다. 고고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노노는 새가 되었을까?
이 둘은 결국 만나게 되었을까?
고고가 구멍을 발견하는 순간, 내 가슴도 철렁했다. 그 순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허망함.. 공허함... 협곡인들이 구멍이 없다고 진단했을 때도 내 안에서는 ‘아니야, 그 곳에 있어!’ 라고 고고와 외치고 있었다. 도입부에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났던 소인국 파트에서는 고고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울다가 안도하다가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이 소설 속의 수많은 구멍을 지닌 행성에, 혼자이기를 두려워하는 마을에서 태어난, 구멍을 가진 고고의 존재는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들과 여기를 채워가게 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개인적으로 다가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 고고의 마무리가 나와 같을 수 없겠지만,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구원에 대한 메시지는 잘 알 수 있었다.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추천 리스트에 올렸다.
_... 적당한 크기의 돌을 가슴에 푹 찔러 넣었다. 돌이 생각보다 너무 차가워서 고고는 조용히 놀랐다. 빽빽한 통증은 그다음으로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곧 구토감과 비슷한 느낌이 치받더니 입으로 울음이 북받치기 시작했다._p37
_.. 비비낙안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거든. 모든 상처는 안팎으로 아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_p84
_고고는 분노를 동력으로 삼고 슬픔을 동료로 삼았으므로 울퉁불퉁한 산길 오르막을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숨이 차고 근육이 뻐근해질수록 더욱 박차를 가해서 스스로 우울할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_p90
_고고는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손가락으로 꽉 붙잡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곧 우두둑 소리를 내며 무언가 끌려 올라왔다. 그것은 작은 협곡인처럼 보호복을 잘 차려입은 두더지만큼 작은 인간이었다._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