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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_내가 가장 위로받은 말은 ‘저는 60kg 이하인 여자랑은 대화 안 해요’ 였다. 암요. 선생님. 저도 그래요. 살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단념했다._p93
_태권도라는 운동은 다른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새하얀 저 도복을 입고서는 뭔가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할 것만 같았다. 건강해지자. 몸과 마음이 튼튼한 ‘운동뚱’이 되자!_p42
지금까지 임상심리전문가로, 특히 자살 사별자를 가장 많이, 깊게 만나온 고선규 심리학자가 있다.
하는 일은 정신노동에 가깝고, 평생 걷기보다는 앉아있는 것을, 앉아있는 것보다는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이가, 쉰 살을 앞둔 어느 날, 태권도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인생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는 등의 과정을 이 책, <내 꿈은 날아 차>에 참 맑고 명쾌하게 풀어놓았다.
외국에 있었을 때 발견했었던 태권도장들에는 한국과는 다르게 항상 성인들로 가득 차 있어서 놀랐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난 태권도장, 그것도 여성관장님이 운용하는 그래서 성인여성회원들로 이뤄진 공간은 너무 매력적 이였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는 성인이 태권도를 초급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따르는 많은 제약들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나와 비슷한 세대여서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참 공감이 되는 부분들도 많아서 더 술술 읽혔던 것 같다. 때로는 깔깔 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때로는 글 안에서 느껴지는 태권도의 힘과 활기찬 에너지에 압도되기도 하면서 정말 행복한 읽기를 마쳤다.
과격한 운동은 엄두도 못내는 나지만, 이런 태권도장이 가까이 있다면 나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시원한 발차기에서 느껴질 그 자유는 어떤 느낌일까? 점점 새로울 것이 없어지는 나이에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내게 상쾌한 에너지를 마구 준, 고선규 에세이 <내 꿈은 날아 차>,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인생이 심심해졌거나,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혹은 너무 건강이 걱정된다 하는 이들에게 더 권하고 싶다. 읽다보면 저자와 같이 배우는 이들, 그리고 태권도 자체의 활기찬 에너지를 팍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두 진짜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_무릎을 접었다 폈다 할 때 드득드득 소리가 나고 스마트 폰트를 ‘크게’ 설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 그런데 물리적 나이와 체력에 비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은 시간의 물리적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마음은 제멋대로 뒤로, 앞으로 왔다갔다하면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할 때가 있다._p98
_꽤 그럴듯한 기합 소리를 발화하는 데 몇 개월이 걸렸다. 내가 내지를 소리에 내가 놀랐다.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 머릿속으로 틀리면 어쩌나, 못하면 어쩌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날아가고 바로 여기 있는 나만 느껴졌다._p155
_수련 첫 몇 달은 발 차는 재미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품새의 새로운 매력을 느낀다. 품새는 태권도에 대한 잘 짜인 한 편의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_p165
_태권도라는 완전히 낯선 움직임에 집중하고 허공에 내지르는 주먹과 발을 보며 내가 알고 있는 내가 깨지고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_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