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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평점 :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은 2천 마일에 달하는 서부로의 대이동인 ‘오리건 트레일’을 바탕으로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커다란 일확천금의 꿈을 품고 이 이동에 합류한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딱히 정착하지 못했거나, 종교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선택의 여지없이 이루어진 행렬이였을 것이다. 이 속에는 스무 살에 과부가 된 나오미가 있었고, 그녀를 눈여겨보게 된 존이 있었는데, 주인공 존은 백인과 인디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였다.
존은 어느 날 백인 아버지의 가족과 함께하게 되어 이 여정을 같이 떠나게 되었다. 그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돈을 외적인, 내적인 부분으로 많이 묘사해 놓았는데, 특히 언어에서 느끼는 그의 내재된 갈등은 당시의 상황, 혹은 지금도 있을 수 있는 애매한 위치의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듯하였다.
_나는 영어로 꿈을 꾸지 않았고, 포니 족 언어로 꿈을 꾸지도 않았다. 내 꿈은 나의 양쪽 세계의 소리와 몸짓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 같았다._p246
결론적으로, 이 거대한 행렬이 이동하면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는데 이것을 이겨내는 하나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였다. 하지만 사실 개척이라 부르고 침략이라고 부제를 달 수 있는 현지 원주민들에 대한 태도나 당시의 상황들은 여전히 불편한 심기가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을 접어두고 본다면 역경을 헤쳐가는 인간의 모습이 주제가 되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존의 입으로 말하는 원주민들의 언어도 주의 깊게 읽었으면 하는 점이 큰 추천 포인트이며 지루함 없이 넘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 책이다.
_“뎀프시 대위가 포니 족 주민분들이 플랫 강 북쪽으로 이주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됐다. 그렇게 나의 임무는 끝났다.
.... “이주하기까지 또 얼마나 시간을 준다고 하나? 뎀프시는 백인을 대변하나? 수 족이나 샤이엔 족을 대변하는 것인가?” 노인 한 명이 물었다. 포니 족 노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내 양심을 찔러댔다.
“카키.” 내가 대답했다. 아니요.
“자네는 우리가 이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네 부족민들도 이주를 했나?” 같은 형제가 물었다._p130
_대니얼의 죽음으로 나는 죽음이란 변덕스러우면서도 한번 내린 결정은 절대 되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도, 죽음에도 예외가 없었다._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