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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_“어때요? 혹시 이상한 싱크홀도 보셨어요? 싱크홀처럼 생겼는데 싱크홀이 아닌 구멍이요.”
.....
“아, 얼마 전에 경기도에서 블랙홀 같은 미확인 홀이 발견됐다고 해서요. 혹시 직접 보셨나 해서 물어봤어요.”_p171
_화나거나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허탈하다 못해 서럽기까지 한 기분, 중요한 뭔가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칼바람처럼 매섭게 순옥의 가슴에 몰아쳤다._p95
친구 필희와 계곡에 갔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 희영은 친구의 실종이 그 홀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구멍을 찾아낸 자신을 원망하며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 친구의 멍한 표정을 발견한 타인, 미정을 구하게 되지만 스스로는 아끼는 이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불안에 싸여 산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피소드들도 필희가 사라진 후 남겨진 이들의 사연들이였다. 필희를 계속 기다리는 순옥, 희영이 언니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필성, 암으로 시한부선고를 받고 삶을 더 밝게 살다간 정식, 아내의 변화에서 어머니를 발견하고 절망과 불안에 싸인 희영의 남편 찬영, 그리고 갑작스런 해고통보에 진정이 안되는 혜윤, 그리고 필희의 또다른 친구 은정까지....
가만히 보면 모두 구멍을 하나씩 혹은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 구멍들은 지난한 삶의 흔적일 수도, 날 때부터 필연적으로 몸에 밴 절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구하고, 죽음을 생각했다가 버린 하나밖에 없었던 손톱깎이를 다시 찾아오고, 타인과 대화를 나눈다. 그 구멍들을 메워주기 위해서 애쓰는 이들도 있었다.
어쩌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각자가 품고 사는 블랙홀에 대한 진리를 알아달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볍지 않은 적당한 무게감이라 좋은 소설, <미확인 홀> 이였다.
_“제 친구가 미정 씨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거든요. 왜, 그런 얼굴 있잖아요. 이야기가 쏟아져나와야 하는데 꽉 막혀 있는, 그래서 우글우글한.”_p75
_.....액자와 수첩 같은 것이 뒤섞여 있는 봉투 안에서 금빛 손톱깎이를 건져 올렸다. 집에 하나밖에 없는 손톱깍이였다._p78
_필성이 자기가 입은 옷에 불이 붙은 걸 구경하다가 털이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뜨거움을 느끼고 소리 지르며 깨는 꿈을 3일 연속으로 꿨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_p119
_필성이 너무 서럽게 울자 윤 씨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 그리고 울면서도 또렷하게 말했다. “매미가 울면 매미를 봐야죠. 매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요. 저러다가 미쳐서 죽는 거라고요.”
필성이 가까이 오자 윤 씨가 팔로 필성의 등을 감쌌다. “그러네. 불쌍하네. 우리는 그런 생각은 못 했어. 우리딸이 말 안 해줬으면 나는 평생 몰랐을 거야.” 딸이란 말에 필성이 걸음을 멈추고 윤 씨의 눈을 물끄러미 봤다._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