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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평점 :
_“우리 팔대조 할머니가 살인자들로 이루어진 침략군을 묵사발 낸 적이 있어. 그때 열두 살이었대.”
“그게 어떻게 가능해?”
“팔대조가 죽은 들소 1,000마리를 불러냈거든. 팔대조의 유령 개들이 그 들소들을 악당들의 군대로 곧장 몰아갔고, 끝장나게 밟아놨대.”_p70
_엘리는 커비에세 죽이는 방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죽은 자들은 총보다 치명적이었다._p248
_"트레버가 죽으면, 제가....“
.....
“절대 안 돼!” 이제 엄마는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로 안 돼. 모든 인간은.... 우리 모두는...”
“예외는 없어.” 아빠가 말을 이었다. 아빠는 침착하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아빠는 수의사였다. 마음이 무뎌지지는 않았으나 고통의 징후를 삼가는 방법을 배웠다. “인간의 유령은 끔찍한 존재야.”
엘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올빼미가 보였다._p26
죽은 동물의 영혼을 불러내고, 사람영혼과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17세 소녀 엘리.
어느 날 사촌 트레비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꿈에 사촌이 나타나서 자신은 살해당했으며 자신의 가족을 보호해 달라면서 범인을 알려준다. 그래서 엘리는 사건을 해결하러 사촌의 마을로 찾아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사는 세계는, 유령들은 물론, 괴물도 나오고 흡혈귀도 나오는 세상으로 우리 사는 곳과는 상식이 다른 곳이였다.
이들이 하는 모험들도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엘리 옆에 항상 붙어다니는 유령개 커비였다. 정확한 형태는 없이 어른거리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내가 키우던 반려견이 내 옆에 죽어서도 함께 한다는 설정이 참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웠다.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인을 지키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명민한 녀석으로 이야기 속에서도 단단히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다.
한참을 재미있게 읽다가도 문득문득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해서 왜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런 판타지소설, 특히 유령이나 마법, 흡혈귀 같은 요소들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주로 유럽, 백인위주의 이야기소재로 많이 접해온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어졌다. 이 소설의 저자는 미국 텍사스의 리판 아파치 부족의 일원으로 지구과학자이자 작가라고 한다.
그 배경 덕분인지, 이야기에 나오는 전설이나 설정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대신하고 있는 듯 했다. 판타지지만 왠지 팩트일 것 같은 모호한 경계를 느끼게 하는 지점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해리포터 같은 익숙한 설정의 판타지를 벗어나 시야를 넓히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고, 살인 미스터리를 주축으로 문학적인 읽기도 할 수 있게 하는 청소년 판타지소설로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